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 자금줄인 국민연금이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 기금 수익률이 잠정 20%에 육박하며 기금 규모가 1500조 원 고지를 눈 앞에 두게 된 것이다. 자산 증식을 넘어, 연금 고갈론에 시달리던 제도에 강력한 ‘재정적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격이다.
■ 주식 대박이 이끈 ‘20%의 기적’...기금 1,500조 시대 개막
올해 국민연금의 성과를 이끈 일등 공신은 국내외 주식이었다. 잠정치 기준 국내주식은 무려 78%, 해외주식은 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기금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260조원 증가한 1473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급된 전체 연금액(44조원)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익을 단 1년 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자산배분체계를 개선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해 ‘더 공격적인 운용’에 나설 방침이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들어올 신규 자금을 발판 삼아 수익률을 더욱 끌어올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겠다는 전략이다.
■ 내년부터 보험료 9.5%...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전환
하지만 기금 성적표와 별개로 가입자들의 지갑은 조금 더 얇아질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9.5%로 인상된다. 지난 4월 개정된 법안에 따라 2033년까지 매년 0.5%p씩 올라 최종적으로 13%에 도달하게 된다.
직장인의 경우 월 평균소득(309만 원) 기준 보험료가 약 7700원(회사 부담분 포함 15,400원) 오르지만, 혜택도 커진다.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중인 ‘소득대체율’이 41.5%에서 43%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40년 가입을 가정할 때 월 수령액이 약 9만원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더 내고 더 받는’ 실질적인 연금 강화 단계에 진입했다.
■ 청년·서민 지원 강화...크레딧 확대와 감액제 폐지
이번 제도 개편의 또 다른 핵심은 ‘사각지대 해소’와 ‘청년층 지원’이다. 출산 크레딧은 첫째 아이부터 12개월을 인정하며 상한을 없앴고, 군 복무 크레딧은 12개월로 두 배 늘렸다. 2027년에는 군 복무 전 기간 인정이 추진된다. 월 소득 80만 원 미만이면 누구나 보험료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어 저소득층의 가입 유지가 쉬워졌다.
또한 내년 6월부터는 소득이 높아도 연금이 깎이던 ‘감액 제도’가 완화되어, 월 초과 소득 200만 원 미만까지는 연금이 줄어들지 않는다. 고령층의 노동 의욕을 고취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의무가 명문화된 것 역시 큰 의미를 갖는다. 기금 운용의 ‘대박’ 성과와 제도의 ‘신뢰’ 확보 노력이 맞물리며 국민연금은 보험을 넘어 국가 복지의 근간으로 진화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