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공개하며 기업의 자사주 활용 관행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섰다. 자사주 매입을 명목상 ‘주주가치 제고’라고 공시해 놓고 실제로는 소각하지 않은 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는 불투명 행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11월24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기형 의원은 이날 오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자사주 제도의 운영을 일반 주주의 권익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행법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보유·처분을 이사회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특정 주주 또는 경영진을 위한 자사주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상장사는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으로 홍보하면서도 실제로는 소각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해 허위 공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규정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 제한된 목적에 한정해 회사가 자사주 보유·처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보유 또는 처분을 허용한다. 이 같은 계획은 매년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 없이 소각을 이행하지 않거나 계획을 위반할 경우 해당 이사에게 최대 5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사주의 법적 지위도 명확해진다. 개정안은 자사주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자본’임을 명시해 회계상 분류 체계와 상법 규정 간 불일치 문제를 해소했다. 또한 기업 합병·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할 수 없도록 해 자사주를 통한 지배력 유지나 우호지분 확보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에도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원칙이 도입됐다. 특정 주주에게 유리한 가격이나 조건으로 자사주를 넘김으로써 지배구조 왜곡을 초래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는 소각 의무와 관련해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번 발의는 '민주당 코스피 5000특별위원회'가 추진 중인 3단계 상법 개정안의 마지막 축이다. 앞서 1차 개정안(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과 2차 개정안(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오 의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사익을 위해 기업 자산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투자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자사주 제도 개선 논의가 충분히 축적돼 있는 만큼 조속한 통과와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 확대와 주가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주주총회 승인 절차·보상 프로그램 재설계 등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