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K-방산의 선두주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또 한 번 '조(兆) 단위' 초대형 수주 낭보를 전해왔다. 유럽 연합(EU)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현지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정교한 전략을 통해 얻어낸 결과라 의미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 5.6조 추가 수주, 폴란드 하늘은 '천무'가 지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2월29일(현지시간) 폴란드 군비청과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의 유도미사일을 추가 공급하는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규모는 약 5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수주는 지난 2022년 11월의 1차 계약(5조원), 작년 4월의 2차 계약(2조원)에 이은 세 번째 성과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맺은 천무 관련 누적 수주액은 12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공급 품목은 사거리 80km급 유도미사일로, 폴란드의 자주 국방력을 강화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 EU의 '세이프(SAFE) 기금' 장벽, 현지 생산으로 뚫었다
이번 계약 성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급변한 유럽의 방산 지형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세이프(SAFE)' 기금을 조성하며 유럽 내에서 생산된 무기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사실상 역외 국가인 한국에는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0월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 일렉트로닉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번 3차 계약은 이 합작법인과의 컨소시엄 형태로 체결되었으며, 생산 역시 현지에서 직접 담당한다. 이는 '한국산 무기'를 '폴란드산 무기'로 현지화함으로써 EU의 보호무역 기조를 정면으로 돌파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 '대통령 특사'가 이끈 방산 외교의 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수주의 일등 공신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외교'를 꼽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강훈식 비서실장을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파견해 폴란드 정부와의 신뢰를 다졌다.
특사단은 방문 당시 폴란드 최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방산뿐만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등 포괄적 경제 협력을 약속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날 바르샤바 군사 박물관에서 열린 체결식에도 강 비서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 사격을 과시했다.
■ 주가 9% 급등… 실적과 안보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초대형 수주 소식에 자본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08%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는 이번 계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가 더욱 탄탄해졌으며,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이 보장됐다고 분석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K-방산이 대한민국 안보 강화는 물론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