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지난 10월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던 산업 생산이 한 달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생산이 회복세로 돌아서며 전체 지표를 견인한 결과다. 그러나 생산 현장의 온기와 달리 소비 시장은 고물가와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으며 꽁꽁 얼어붙어, 경기 회복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 '기둥' 반도체의 귀환…제조업 생산 석 달 만에 플러스 전환
국가데이터처가 12월30일 발표한 '2025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全산업 생산 지수는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지난 9월(1.3%) 이후 10월(-2.7%) 대폭 하락하며 주춤했던 생산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상승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였다. 지난 10월 26.5% 급감하며 1982년 이후 43년 만에 최대 폭의 감소세를 보였던 반도체 생산은 11월 들어 7.5% 반등하며 제조업 생산(0.7%) 증가를 주도했다.
이외에도 전자부품(5.0%)과 의료정밀광학(7.7%) 등 첨단 IT 부문의 생산 호조가 광공업 생산(0.6%) 전체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만 자동차(-3.6%)와 기타운송장비(-12.2%) 등 일부 주력 업종은 수출 물량 조정 등의 영향으로 생산이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 서비스업은 '금융'이 견인…도소매는 여전한 침체
서비스업 생산 역시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회복세에 힘을 보탰다. 부문별로는 주식 시장 거래대금 증가와 금리 변동 영향으로 금융·보험(2.2%) 부문이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며, 협회·수리·개인(11.1%) 서비스도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내수 소비와 직결되는 도소매업 생산은 1.6% 감소하며 여전히 소비 위축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지갑 닫은 소비자들…소매판매 3.3% '쇼크'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소비 지표다.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3% 줄어들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특히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3%)와 의복 등 준내구재(-3.6%) 판매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는 필수 소비재와 계절성 의류 소비마저 줄어들 만큼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되었음을 시사한다. 통신기기와 컴퓨터 등 내구재(-0.6%) 판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며 소비 전반에 걸쳐 '침체의 그늘'이 짙게 깔렸다.
■ 설비투자·건설은 '방어', 경기 지표는 '혼조'
투자 부문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6.5%) 투자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산업용기계 등 기계류(5.0%) 도입이 늘어나며 전체적으로 1.5% 증가했다. 건설기성 또한 토목(-1.1%)은 부진했으나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 공사 실적이 반영된 건축(9.6%) 호조에 힘입어 6.6% 늘어났다.
향후 경기 향방에 대해서는 신호가 엇갈렸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4포인트 하락하며 경기가 정점을 지나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상승하며 수출 회복에 따른 경기 반등의 기대감을 남겼다.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생산 회복세는 긍정적이나, 소비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전체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는 '내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도체 수출 호조의 온기가 가계 소득 증대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