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HD현대가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며 3세 경영 체제의 본격 가동을 알렸다. 이번 인사는 그룹의 대규모 합병과 조직 통합을 앞두고 ‘리더십 세대교체’를 통해 시너지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HD현대는 10월1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HD현대 회장으로 승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기선 회장은 그룹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로서 미래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 정기선 회장, 3세 경영 ‘본격 시동’
정기선 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으로 입사한 이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를 거쳐 그룹 핵심 사업을 이끌었다.
그는 2016년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을 지휘하며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여했다. 이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조선, 해양, 에너지, AI 솔루션 등 미래 성장 축을 총괄하며 HD현대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주도해왔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 주요 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조선·해양 분야의 한미 협력 강화 및 친환경 조선 기술 수출 확대에 나서는 등 그룹의 글로벌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권 명예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그룹의 경영 고문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다. HD현대 새 대표이사는 조영철 부회장이 맡아, 정기선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이룬다.
■ 합병 앞둔 ‘조직 안정+시너지 극대화’ 인사
이번 인사는 오는 12월 예정된 HD현대중공업-미포 조선 통합과 내년 1월 HD건설기계-인프라코어 합병을 앞두고 조직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의 이상균 사장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조영철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금석호 부사장은 HD현대중공업 공동대표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과 재무·자산관리, 동반성장 등을 총괄한다. 김형관 HD현대미포 사장은 통합 후 HD한국조선해양 공동대표로, 김성준 사장은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됐다.
또한 HD건설기계 대표에는 문재영 부사장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에는 송희준 부사장이 내정됐다. HD현대로보틱스 김완수 대표 역시 사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는 이번 인사 이후 각 계열사별 인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임원급 후속 인사 및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 “뉴 리더십 출범, 그룹 대전환 본격화”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HD현대의 ‘뉴 리더십’ 출범이자 경영 대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정기선 회장을 중심으로 조선·건설기계·에너지·로보틱스 등 핵심 사업 간 융합형 시너지 모델 구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글로벌 시장 감각과 디지털 전환 전략에 강점을 가진 경영인”이라며 “HD현대가 기존 ‘조선 중심 그룹’에서 ‘첨단 산업 솔루션 그룹’으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