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지난 1월5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엄숙한 분위기를 단숨에 녹인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 한 대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올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의 '셀카' 한 장은 현재 한중 관계가 도달한 지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 "선물 잊지 않았습니다"…이 대통령의 세심한 '디테일 외교'
이 대통령이 사진 속에서 들고 있는 기기는 작년 11월 경주 APEC 당시 시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이다. 외교가에서는 상대국 정상의 선물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을 최고의 예우이자 신뢰의 표현으로 해석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화질은 확실하쥬"라는 친근한 말투와 함께 시 주석을 '주석님'이라 칭하며 "인생샷 건졌다"는 만족감을 표했다. 이는 중국 측에 "우리는 당신들의 기술과 호의를 존중하며, 개인적으로도 매우 친밀한 관계"라는 메시지를 가감 없이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백도어 확인해봤나"…농담이 오가는 '초밀착 라포'
이번 셀카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두 정상 사이의 두터운 '라포(Rapport·상호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경주 회담 당시 이 대통령이 통신 보안 문제를 농담조로 건네자, 시 주석이 "백도어 유무를 직접 확인해 보라"고 맞받아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평소 과묵하고 격식을 중시하는 시 주석이 이처럼 파격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첫 만남부터 이어진 긴 시간의 대화가 두 정상의 인간적인 교감을 이끌어냈다"며 "오늘의 셀카는 그 신뢰의 결실"이라고 귀띔했다.
■ 30분이 90분으로…시간이 증명한 회담의 깊이
이날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90분 동안 진행됐다. 외교 현장에서 회담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다뤄야 할 의제가 많았거나, 대화의 밀도가 높았음을 의미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베이징 페닌슐라 호텔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정상 간 개인적 인간관계가 한 단계 올라갔음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특정 주제 때문에 길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가 오갔음을 강조했다. 이는 양국이 민감한 안보 현안부터 실질적인 경제 협력까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시사한다.
■ '셔틀외교'의 복원, 경제 협력의 새로운 엔진
이 대통령은 SNS 메시지를 통해 "가까이서 만날수록 풀리는 한중 관계"라고 언급하며 '셔틀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매년 한 차례 이상 만나는 정례 소통에 합의했다.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될 전망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한한령의 점진적 완화 등 15건의 MOU가 체결될 수 있었던 동력 역시 이러한 정상 간의 '톱다운(Top-down)'식 신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셀카 외교'가 남긴 과제: "이제는 실질적 성과로"
이 대통령의 '샤오미 셀카'는 중국 인민들에게도 한국 대통령의 친근하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소프트 파워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셀카' 너머에 있을 실질적 조치들로 향하고 있다. 콘텐츠 개방의 속도와 산업망 공급 협력이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될지가 관건이다. 이 대통령이 쏘아 올린 '인생샷'이 대한민국 경제의 '인생 그래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