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유통법이 도입된 2012년 이후 14년 만에 유통업계의 판도가 뒤집힐 '대전환점'이 마련됐다.
당정이 지난 2월8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제한 시간 내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그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불 꺼져 있던 전국 600여 개의 대형마트 점포들이 이제는 잠들지 않는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재탄생할 준비를 마쳤다.
■ '600개 점포'가 무기다…이마트·롯데의 점포 기반 물류 전략
대형마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설적이게도 '오프라인 점포' 그 자체다. 전국 거점에 대형 물류센터를 짓고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이커머스와 달리, 마트 2사는 이미 고객의 생활권 깊숙이 파고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SSG닷컴을 통해 점포 내 PP센터(Picking & Packing Center)를 고도화해 왔다. 이는 별도의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고객 인근 매장에서 즉시 상품을 골라 담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전국 600여 곳에 달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슈퍼 포함) 점포가 새벽배송 허용 시 즉각적인 출고지로 변모하게 된다. 특히 이마트의 '바로퀵' 서비스 거점 60s곳은 규제 완화와 동시에 새벽배송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롯데마트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롯데는 영국 오카도(Ocado)와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물류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에 문을 열 예정인 고객 풀필먼트센터(CFC)는 자동화된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기존 점포의 지리적 이점에 오카도의 첨단 배송 기술이 결합되면, 배송 오차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물류' 시대가 열리게 된다.
■ '신선함'으로 승부…쿠팡의 '속도' vs 마트의 '품질'
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가 단순한 '배송 시간 연장'을 넘어 '신선식품 주도권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 산지 직거래와 직매입 등 수십 년간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신선식품 소싱 능력은 마트의 절대적 우위다.
쿠팡이 압도적인 자동화와 물류 속도로 시장을 선점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직접 보고 고른 듯한' 신선함을 기대한다. 대형마트가 점포 거점을 활용해 '심야 주문-새벽 도착'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할 경우,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의 고객 이탈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신규 수요 창출까지 가능해진다.
■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과제는 여전해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해결 과제를 지적한다.
△ 배송 인력 확보: 새벽 시간대 운행할 배송 기사 수급 문제와 그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 사회적 합의: 노동계의 건강권 보장 요구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법안 통과의 관건이다.
△ 체급 차이 극복: 쿠팡의 고도화된 물류 자동화 수준은 이미 글로벌 수준이다. 마트가 기존 점포를 개조해 대응하는 방식이 효율성 측면에서 쿠팡을 압도하기에는 시간과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 유통 생태계의 '메기 효과' 기대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오프라인 업체들은 손발이 묶인 채 이커머스와 경기를 치러왔다"며 "이번 유통법 개정은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넘어, 지역 점포 유지와 고용 창출,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통 민주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들은 집 앞 마트에서 엄선된 신선식품을 다음 날 아침 문 앞에서 만나는 일상이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 14년 만의 규제 완화가 한국 유통 시장의 지도를 어떻게 다시 그릴지 전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