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Apple)이 차세대 아이폰 생산을 위한 메모리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통상 부품 공급망에서 절대 우위를 점해온 애플이 경영진을 직접 파견해 장기 체류까지 불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물량 확보가 최우선"… 한국에 짐 푼 애플 임원들
최근 북미 하드웨어 전문 미디어 Wccftech와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의 공급망 관리(SCM) 담당 임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인근 호텔에 장기 투숙하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향후 2~3년간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보장받는 '장기 공급 계약(LTA, Long-Term Agreement)' 체결이다. 이번 달 기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아이폰 17 및 차기 모델에 탑재될 DRAM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직접 현장 설득에 나선 것이다.
해당 매체는 "삼성전자 공동 CEO가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경고할 만큼 수급이 타이트해진 상황"이라며,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 델(Dell) 등 주요 테크 기업 경영진들도 한국 메모리 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 '갑을 관계'의 역전… HBM이 불러온 나비효과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 같은 행보를 '절박함'의 방증으로 보고 있다. 그간 애플은 막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단가 협상에서 '갑'의 위치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범용 DRAM 생산 능력이 줄어드는 '공급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생산 비중이 커질수록 아이폰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 DRAM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제는 돈을 더 주더라도 물량 자체를 배정받는 것이 기업의 생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 경제적 파장… 반도체 실적 개선 및 제품가 인상 압박
이번 협상 결과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 강력한 호재가 될 전망이다. 애플과의 장기 계약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몇 년간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단가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자재 격인 DRAM 가격의 상승은 소비자 가격 전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전문가는 "메모리 단가 상승은 결국 차기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의 출고가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소비자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과 업계의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애플과 국내 반도체 양사는 이번 협상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들의 '한국행 러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확보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