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건설업계가 장기 불황 속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부담, 시장 전반의 투자 위축으로 재무 건전성이 흔들리자 현금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불황 방어를 위한 현금 확보가 생존 전략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롯데건설, 퇴계원 軍부대 대체 부지 매각 검토…"2000억 수준"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 일대 軍부대 대체 부지 매각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지는 롯데그룹이 2017년 사드(THAAD) 배치로 성주골프장을 정부에 넘긴 데 대한 보상 성격으로 확보한 토지다. 업계는 매각 금액을 2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앞서 지난달 롯데쇼핑에 ‘LOTTE PROPERTIES (HANOI) SINGAPORE’ 지분을 매각하며 370억 원의 유동 자금을 확보했다. 하노이 웨스트레이크 운영 법인을 정리하면서 재무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414억 원으로, 지난해 말(6133억 원) 대비 11.7% 줄었다. 업계는 대체 부지 매각이 마무리될 경우 단기 유동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GS건설, ‘효자 자회사’ GS이니마 매각…1조6천억대 현금 확보
GS건설은 UAE 국영기업 타카(TAQA)에 자회사 GS이니마를 1조6770억 원에 매각한다. GS이니마는 브라질·중동·유럽 등지에서 담수화·폐수처리 인프라 사업을 수행하는 세계 10위권 물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5736억 원과 순익 558억 원을 기록한 알짜 계열사다.
핵심 계열사까지 매각하는 이번 결정은 급격한 업황 둔화 속에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향후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 SK에코플랜트도 환경 자회사 전량 정리…“리스크 축소·포트폴리오 전환”
SK에코플랜트 역시 올해 리뉴어스(3742억 원), 리뉴에너지충북(1567억 원), 리뉴원(2813억 원) 등 국내 환경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여기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 SK오션플랜트 매각도 추진 중이다.
반면 SK㈜ 산하 반도체 소재 기업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새롭게 자회사로 편입해 미래 성장성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재무 안정화와 신사업 중심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건설경기 지표는 ‘경고등’…CBSI 66.3·투자 2년째 역성장
건설업계의 자산 매각 흐름은 업황 악화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Construction Business Survey Index)는 66.3으로, 전월 대비 7.0포인트 하락했다. CBSI가 100 미만이면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중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9% 감소한 264조 원을 기록하고, 내년에도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선행 지표 부진, 지방 건설경기 침체, 분양 시장 위축 등이 겹치면서 개선 속도가 매우 느릴 것이란 전망이다.
■ 업계 “공사비 회수 늦고 선투입 비용 큰 구조…현금이 곧 생존”
건설업은 선투입 비용이 크고 공사비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 현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금리 고착기·부동산 침체기에는 현금 흐름이 조금만 흔들려도 도산 위험이 높아진다”며 “대형사는 물론 중견·중소 건설사까지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은 유동성 확보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 자산 매각은 시작…내년 건설업 ‘체력 싸움’ 본격화
건설사들의 비핵심 자산 매각은 업황 악화에 대응한 단기 전략이지만,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금융비용 고착 △지방 미분양 증가 △민간·공공 발주 위축 △건설사 신용등급 압박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현금 방어전이 오히려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