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한국 건설업계를 상징하는 상장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해 나란히 ‘외형 축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국내 주택 경기 둔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이 가동되며 영업이익에서는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 매출은 ‘전원 감소’…몸집 줄이기 들어간 건설사들
2월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상장 건설사 6곳의 지난해 매출이 일제히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20% 이상 매출이 빠졌고, DL이앤씨 역시 10% 넘는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무리한 수주 경쟁 대신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에만 집중하는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출 감소는 뼈아프지만,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우량 프로젝트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성장통’의 과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현대건설의 화려한 부활과 대우건설의 ‘뼈아픈’ 적자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영업수지가 전년 대비 무려 1조7000억 원가량 개선되며 650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화려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등 대형 해외 현장의 공정이 본궤도에 올랐고, 고공행진하던 공사비가 반영된 국내 주택 현장들이 준공되며 이익이 본격화된 결과다.
반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815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방 미분양 단지의 할인 판매와 싱가포르 등 일부 해외 현장의 원가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다만 대우건설 측은 “잠재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며 올해 18조 원 규모의 공격적인 수주 목표를 통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삼성물산 ‘숨 고르기’, GS·DL·HDC현산은 ‘수익성 랠리’
업계 맏형 격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영업이익이 46.5% 급감하며 ‘반토막’ 실적을 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와 계열사 하이테크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테슬라 파운드리 등 차세대 하이테크 수주가 대기 중이어서 일시적인 숨 고르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GS건설과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은 나란히 30%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며 내실 경영의 결실을 보았다.
GS건설은 플랜트와 인프라 부문의 선전으로 영업이익이 53.1% 폭등했다. DL이앤씨는 주택 의존도를 낮추고 플랜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원 아이파크' 등 자체 개발 사업(디벨로퍼) 비중을 높이며 단순 시공사에서 개발 운영사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입증했다.

■ 2026년 키워드: '원전·데이터센터' 그리고 '18조 승부수'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된 올해 경영 목표는 ‘질적 성장’과 ‘신사업’으로 요약된다. 현대건설은 95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대형 원전과 SMR(소형모듈원로),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에너지 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작년 실적을 크게 웃도는 18조 원의 수주 목표를 제시하며 ‘공격적 턴어라운드’를 선언했다. 부진했던 지표를 대규모 수주 물량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DL이앤씨 또한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며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 전문가 제언: “바닥은 찍었다, 이제는 기초 체력 싸움”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출 감소는 업황 부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건설사 스스로 리스크가 큰 사업을 걷어낸 결과이기도 하다”며 “올해는 원가 관리 능력과 더불어 원전, 신재생에너지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코리아 프리미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