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거대단지(총 84개동, 9510세대) 헬리오시티(Heliocity)가 최근 '폭락론'과 '조정론'의 진원지로 부상하며 전국 부동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고점 대비 7억원 가까이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특수 관계인 간 증여로 치부하기엔 심상치 않은 '전조 현상'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 현장에서 마주한 '눈치싸움'…매수자는 "더 하락" 기대
지난달 말 기자가 찾은 가락동 헬리오시티 상가 내 중개업소들은 겉으론 평온해 보였으나 내부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근 84㎡ 매물이 23억8200만원에 실거래된 이후, 추가 급락의 기회를 엿보는 예비 매수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현장 취재 결과, 지표상 온도 차는 뚜렷했다. 네이버부동산 등 온라인 플랫폼에는 국민 평수(84㎡) 매물이 최고가 대비 3억5천만 원가량 낮은 26억원대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실거래가 시스템상 지난달 거래들이 30억 원 안팎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매물의 하단이 눈에 띄게 낮아진 셈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바로 연락해달라는 대기 수요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강경 기조를 확인한 매수자들이 '3월엔 더 떨어질 것'이라며 최대한 시간을 끄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매물이 쌓인다"…한 달 만에 온라인 매물 건수 67% 폭증
심리적 변화는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헬리오시티의 온라인 매매 매물 건수는 지난달 26일 기준 943건을 기록했다. 불과 한 달전 562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7.8%가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매물이 급증한 배경에는 정부의 확고한 '다주택자 규제 유지' 방침이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물건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임대사업자 대출 회수 등의 압박을 받는 이들이 '세 낀 물건'이나 소형 평수(18평 등)를 시세보다 1~2억 원 저렴한 급매로 던지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 정부 "투기 수요, 버티면 손해"…5월이 시장 운명 가를 것
정책 당국의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SNS를 통해 "투자 및 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시장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강남권 아파트가 '버티면 결국 오른다'는 이른바 '강남 불패' 신화에 의존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4월과 5월을 이번 하락장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매도 마지노선이 4월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도자 시점에선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 4월 이내에 계약을 마쳐야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매수자 시점에선 급매물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3월 말까지 관망하며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강남 3구 주간 아파트 매매가가 2년 만에 하락 전환한 현재, 헬리오시티의 변동폭은 서울 전체 시장의 선행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증여성 거래'라는 추측만으로 넘기기엔 쌓여가는 매물과 낮아지는 호가가 시장의 실체를 말해주고 있다.
5월 이후 헬리오시티의 가격표에는 어떤 숫자가 찍힐까. 강남 불패 신화가 다시금 저력을 발휘할지, 아니면 거품 붕괴의 서막이 될지는 앞으로 남은 두 달간의 '절벽 끝 대치' 결과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