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 Low-Cost Carrier)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업계 1위 제주항공마저 올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외형 성장과 수익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던 흐름이 올해 들어 급격히 꺾이자, 제주항공은 기단(機團) 현대화와 재무 안정화 조치를 병행하며 ‘버티기 경영’에 나선 모습이다.
11월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1~3분기 누적 손실이 1,295억 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별 손실 규모는 1분기 326억 원, 2분기 419억 원, 3분기 550억 원으로 분기마다 손실 폭이 확대됐다. 운항 단위당 수입(yield) 하락이 실적 악화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국제선 단위당 수입은 지난해 74.5원에서 올해 66.7원으로 떨어졌으며, 국내선 역시 118.1원에서 96.9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운항 수익성 감소폭은 국제선 –10.5%, 국내선 –18.0% 수준이다. 고환율 부담과 9개 항공사가 경쟁하는 LCC 업계의 과잉 공급 구조가 수익성 악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 흐름도 역전됐다. 제주항공은 2023년 매출 1조7,240억 원, 2024년 1조9,358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조1,053억 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4,854억 원보다 25.5% 감소한 수치다. 추석 연휴가 지난해 9월에서 올해 10월로 이동한 영향도 있으나, 업계는 구조적 수익성 악화가 더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비용 절감을 위한 체질 개선 전략의 일환으로 기단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연료 효율과 정비 효율이 높은 신형 항공기를 도입해 유류비·정비비·리스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제주항공은 2018년 보잉 B737-8기 50대(옵션 포함)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 중이다. 현재까지 8대가 도입됐으며, 보유 항공기 44대 중 차세대 기종 비중은 18%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의 항공기 평균 기령은 지난해 14년에서 올해 12.9년으로 낮아졌다.
다만 신형 항공기 도입 비용과 영업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부채 부담은 더욱 확대됐다. 제주항공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1조6,744억 원에서 올해 3분기 1조9,604억 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517%에서 695%로 상승했다. 제주항공은 재무구조 악화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 7월 6.50% 금리로 1,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부채비율 상승 속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영구채 발행이 없었다면 3분기 부채비율은 695%가 아닌 1,131%까지 치솟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영업손실 영향으로 현재 부채비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고환율, 유가 변동성, LCC 과당 경쟁, 인기 노선 쏠림 등 악재가 맞물린 현 시장 환경에서는 기단 현대화만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가격 체계 정상화, 노선 다변화, 경쟁 구도 조정 등 보다 구조적인 대응이 강화되지 않으면 업황 반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