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증시가 또 한 번 역사를 새로 썼다. 10월20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800선을 돌파하며 3,814.69로 거래를 마감, 이달 들어 3,500·3,600·3,700선을 연속 돌파한 데 이어 3,800선마저 넘어섰다. 기관의 대규모 매수세와 증권·반도체·방산주의 폭등이 맞물리며 ‘역대급 강세장’이 연출됐다.
■ 기관 매수세 주도…코스피 1.76% 급등, 코스닥도 동반 강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5.80포인트(1.76%) 오른 3,814.69로 마감했다. 장 초반 3,728.38까지 밀렸던 지수는 기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반등, 사상 첫 3,800선 돌파에 성공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1.89% 상승한 875.77로 마감, 900선 돌파를 바라보는 흐름을 이어갔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기관 자금이 대형주 중심으로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시장 내 ‘유동성 모멘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증권주 ‘폭등’…미래에셋·한국금융·키움 나란히 급등
코스피 상승의 최대 수혜주는 단연 증권주였다. 최근 개인투자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거래대금 증가 기대감이 증권주 전반을 끌어올렸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이 17.17% 급등, 한국금융지주 14.02%, 키움증권 12.10% 상승하며 증권업종 전체가 코스피 상승률을 압도했다.
시장 관계자는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 개선 기대가 급격히 커졌다”며 “거래대금 회복과 IPO 재개가 맞물리면 증권업 실적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 한화그룹·SK하이닉스 강세…AI·방산 ‘쌍두마차’
한화그룹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50%, 한화오션은 6.06% 상승했다. 이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대통령 특사단에 합류, 유럽 방산 수출 협상에 직접 나섰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김 부회장은 폴란드 방문을 통해 3,000톤급 잠수함 3척 발주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는 4.30% 상승하며 ‘AI 반도체 대장주’ 자리를 굳혔다.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1조3,434억 원이 예상되며,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기업 두 번째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 연준 금리인하 기대 지속…한은 “유동성 확대 없다”
거시 변수로는 중앙은행의 발언이 엇갈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성을 늘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겠다”고 언급하며 다소 매파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2.5%에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0월24일 발표 예정인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 "단기 고점 인식 확산…3,800선서 숨 고르기 가능성"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단기 과열 구간으로 진입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AI·방산·증권 등 주도주 중심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의 3,800선 돌파는 단순한 기술적 랠리가 아닌, 기관 주도 실적장세 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AI 반도체, 방산, 증권업 등 ‘이익이 뒷받침되는 업종’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2025년 한국 증시는 유동성에 기대던 장세에서 실적 기반의 구조적 랠리로 진화하고 있다”며 “3,800선 돌파는 단기 과열이 아닌 시장 체질 변화의 상징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