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HMM이 3조5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선박 투자를 단행한다.
10월16일 HMM은 국내 조선사에 1만3000TEU급 LNG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한다고 공시했다. 발주 총액은 약 3조500억원으로, 2018년 ‘빅 오더(Big Order)’ 이후 7년 만의 초대형 투자다. 이번 프로젝트의 건조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나눠 맡는다.
HMM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선대의 친환경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해운 경쟁력과 ESG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LNG 연료 탑재…IMO·EU 규제 대응 위한 ‘선제적 행보’
이번에 발주되는 12척은 모두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차세대 친환경 컨테이너선이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LNG는 즉시 적용 가능한 저탄소 연료로 평가받고 있다.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 자료에 따르면, LNG 연료는 기존 중유 대비 △온실가스(GHG) 23% 이상 △질소산화물(NOx) 80% 이상 △황산화물(SOx) 99% 이상 감축 효과가 있다. 또한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신조선 중 절반이 대체연료 추진선이며 이 중 약 70%가 LNG 연료선이다.
HMM은 이번 발주로 친환경 선박 비중을 대폭 확대하게 된다. 현재 9척의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과 2척의 LNG 추진선에 더해, 이번 신규 12척이 투입되면 HMM의 전체 선복량 중 친환경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국내 조선사와 ‘K-해운 밸류체인’ 강화…2030 전략 본격화
HMM은 이번 발주를 통해 국내 조선업계와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했다. 이번 수주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동으로 수주하며, 국내 조선 3사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해운·조선 산업의 동반 성장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MM은 2018년에도 2만4000TEU급 12척,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3조1532억 원)을 발주하며 당시 ‘슈퍼 빅 오더’로 주목받았다. 이후 △2021년 1만3000TEU급 12척(1조7776억원) △2023년 메탄올 연료 9000TEU급 9척(1조4128억원)을 발주하는 등 꾸준히 국내 조선사 중심의 선박 투자를 이어왔다.
HMM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선복량 확대와 탄소중립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2030 중장기 전략에 따라 친환경 선박 도입, 선대 효율화, 디지털 운항 시스템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해운업계 평가: “글로벌 경쟁 재점화…HMM의 ESG 리더십 강화”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발주를 HMM의 ‘탈탄소 전환 가속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팬오션, SM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이 중형급 선박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HMM은 초대형선 위주의 장기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선 셈이다.
해운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해운 시장은 운임 정상화 국면이지만, 탄소 규제강화와 연료전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HMM의 이번 결정은 향후 5년간 ESG·친환경 해운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