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반도체 경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동반 급증했다.
14일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3분기 매출 85조9000억원(+15% QoQ(Quarter-on-Quarter), +9% YoY(Year-on-Year)), 영업이익 12조1000억원(+159% QoQ, +32% YoY)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10.1조 원)를 크게 웃돌았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모두 2022년 하반기 이후 약 2년 만에 ‘반도체 호황기’에 재진입했다는 평가다.
■ 삼성전자, DRAM·NAND 동반 호조…비메모리 적자 축소도 기여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는 DS(반도체) 부문이 이끌었다. 3분기 DS 부문 영업이익은 6.7조 원으로 추정되며, DRAM 6.8조 원, NAND 0.5조 원, LSI/파운드리 -0.5조 원으로 세부 구성됐다
특히 HBM3e를 비롯한 고대역폭 메모리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확대되고, DRAM 평균판매가격(ASP)이 14% 상승, NAND ASP도 5% 상승하며 상반기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비메모리 부문은 2분기 -2.4조 원에서 3분기 -0.5조 원 수준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이는 가동률 상승과 고정비 절감, 그리고 원·달러 환율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 하이닉스, HBM3e 주도권으로 ‘AI 메모리 강자’ 입지 강화
SK하이닉스는 HBM3e 시장에서 사실상 선도적 지위를 확립하며, AI용 고대역폭 메모리의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AMD·인텔 등 주요 GPU 기업에 HBM3e를 공급하며, 고수익 제품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하이닉스의 DRAM ASP는 전분기 대비 13% 상승, 출하량은 10% 증가했다. NAND 부문 역시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OPM)은 약 25% 수준으로, 2021년 슈퍼사이클 당시(27%)와 유사한 수준에 근접했다.
■ ‘메모리의 귀환’… AI가 만든 새로운 반도체 사이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동반 호조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산이 촉발한 '신메모리 사이클'의 결과다. 생성형 AI 학습용 서버,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비스 모두 HBM과 DDR5 채택률을 높이고 있다.
특히 양사 모두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2.7조 원(+4% QoQ)으로 전망했으며, 하이닉스 역시 “HBM3e 풀가동, DDR5 단가 상승세 유지”를 기반으로 분기 최대 실적 갱신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 2026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초입… 메모리 산업 ‘부활’ 신호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삼성전자·하이닉스 모두 2026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초입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반기에는 양사 모두 HBM4 및 3D DRAM 등 차세대 제품 양산을 추진하며,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한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이번 실적은 단기 반등이 아닌 구조적 회복의 신호”라며 “고성능 메모리 중심의 산업 재편 속에서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