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지난 2년간 이어진 대출·세제 완화 조치는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경착륙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전세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의 매수세가 급속히 회복됐다.
정부는 시장의 과열 조짐을 방치할 경우 ‘가격 재상승-투기 수요 재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규제 복원 카드를 검토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용산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6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며, 청약 경쟁률이 평균 20대 1을 상회하는 단지까지 등장했다. 이는 정책적 관점에서 ‘투기 수요 억제 장치’를 다시 작동시켜야 할 시점이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 대출·세제·청약 규제의 복합 효과… "실수요자 타격이 더 크다"
문제는 규제의 복원 대상이 투기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자에게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다. LTV가 70%에서 40%로 하향되면, 6억 원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무주택자는 대출 가능 금액이 4억2천만 원에서 2억4천만 원으로 줄어든다.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한 청년층·신혼부부의 진입 장벽이 다시 높아지는 셈이다.
세제 측면에서도 양도세 중과 유예가 내년 5월까지 한시적이라는 점에서, 다주택자들은 “지금 팔지 않으면 세금 폭탄”이라는 인식에 따라 매물 잠김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매도자·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는 거래절벽 리스크가 재현될 수 있다.
■ 시장의 ‘온도 조절’인가, 정책의 ‘되돌리기’인가
정부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비정상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정상 수준으로 복원함으로써 시장 과열을 선제적으로 억제하려는 전략적 조정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완화→과열→재규제”의 순환이 반복될 경우, 정책 신뢰도가 약화되고 투자·소비 의사 결정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규제 완화기 동안 충분히 시장 유동성이 회복된 만큼, 이제는 ‘급등 신호’를 통제하기 위한 심리적 메시지 조정이 필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 재건축·정비사업 시장에도 영향… 공급 지연 가능성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와 조합원당 1주택 공급 제한이 재도입될 경우, 강남권과 과천·분당 등 정비사업 핵심 축의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특히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대규모 단지의 경우, 사업성 검토와 분양 시기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이는 ‘공급 절벽’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향후 관전 포인트: ‘LTV 조정 폭’과 ‘지정 시기’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의 향배를 가를 변수로 ① LTV 조정 폭, ② 투기과열지구 지정 시점, ③ 세제 유예 연장 여부를 꼽는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 강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적 변수와 경제 논리가 교차하는 국면에서, 정부는 “시장 안정과 실수요 보호의 균형점”을 찾는 고난도의 과제를 안게 됐다.
■ ‘규제의 귀환’은 곧 ‘심리전의 시작’
이번 규제지역 재지정 움직임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정부와 시장의 심리전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정책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신뢰다. 만약 정부가 이번 조치를 통해 과열 기대심리를 제어하면서도 거래 동맥을 막지 않는 정교한 균형 조절에 성공한다면, 이번 ‘규제 복원’은 시장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균형이 무너지면, 시장은 다시 거래절벽-공급절벽의 이중침체로 돌아설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는 “조정기의 리듬감”이다. 정부가 시장과 어떻게 ‘박자를 맞출지’가 향후 1년의 흐름을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