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장 고통스러운 질병 중 하나는 '외로움'과 '고립'이다. 특히 범죄 피해를 겪은 생존자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사회적 편견 속에서 경제적·정서적으로 철저히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반려동식물 돌봄을 통한 멘탈케어 솔루션을 제시하며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경기형 예비사회적기업 (주)큐어링랩이다.
■ 개인의 아픔에서 피어난 소셜 미션…‘돌봄이 곧 치유’
큐어링랩의 창업 이야기는 안신영 대표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다. 안 대표는 20대 초반, 3년간의 범죄 피해를 겪으며 극심한 고립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당시 상담이나 의료 지원조차 닿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그녀에게 삶의 끈이 되어준 것은 변호사의 권유로 키우기 시작한 물고기 한 마리였다.
작은 생명을 돌보는 경험은 그녀를 다시 세상과 연결시켰다. 안 대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 피해 생존자가 고용노동부의 취약계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큐어링랩의 슬로건인 ‘CURE, from Care(돌봄에서 시작되는 치유)’에는 돌봄을 통해 치유받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 AI가 대체할 수 없는 ‘비언어적·비평가적’ 치유의 힘
큐어링랩은 기존의 멘탈케어 방식이 가진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회당 8만원에 달하는 고비용의 대면 상담이나, 오히려 사람과의 대화를 줄여 고립을 심화시키는 AI 챗봇과는 궤를 달리한다. 관계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다시 사람을 만나라"고 강요하는 것이 정서적 폭력이 될 수 있음에 주목하여, 동식물을 매개로 한 비언어적이고 비평가적인 치유 환경을 설계했다.
회사는 수의사가 직접 관리하는 동식물 매개 돌봄 제안, 의학적·신경학적 근거 기반의 케어 프로그램 설계 등 전문성을 확보했다. 특히 외로움 강도 모델을 정량화하고자, 미국 애리조나 대학과의 연구협력 논의를 통해 자사의 통합치유 솔루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한국형 외로움 지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 분양부터 공간 디자인까지
사회적 가치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수익 구조 역시 탄탄하다. 큐어링랩은 크게 생물 사업, 교육 사업, 공간 디자인 사업의 세 가지 축을 운영한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현지 직영 농장에서 베타(물고기), 크레스티드 게코(도마뱀) 등 관리가 쉬운 이색 생물을 직접 소싱하여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다. 2025년 11월 기준 누적 분양 수는 18,378마리에 달하며, 2000여 명 규모의 자체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테라리움, 비바리움, 팔루다리움 등 그린테리어 실무자 양성 과정을 운영한다. 누적 교육 참여자는 약 3,300명이며, 취약계층을 위한 정서 회복 프로그램과 기업용 EAP(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출강도 활발하다.
공기 정화 효과가 탁월한 생이끼를 활용한 탄소 저감 플랜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흙 없는 성장 구조 등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여 관리 비용을 낮췄으며,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 시공 참여 및 2026년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납품 예정 등 굵직한 프로젝트 실적을 쌓고 있다.

■ 일 경험을 통한 사회 복귀 시스템 구축
큐어링랩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일자리 창출이다. 고립 청년과 범죄 피해 생존자들이 반려동식물 관리사, 테라리움 강사, 예술 교육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제공한다. 실제로 팀 내부에는 자립준비 청년 인턴과 저소득층 인턴들이 합류해 함께 성장하고 있다.
회사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월드비전 및 공익법인 온율과 협력하여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행령에 '범죄 피해 생존자'를 취약계층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 추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 연말 시즌 겨냥한 ‘봉사 및 기부 연계’ 프로그램
최근 큐어링랩은 연말을 맞아 특별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나만의 작은 정원’을 만드는 테라리움 체험에 봉사 활동을 결합한 ‘1+1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참가자가 2개의 테라리움을 제작하여 하나는 직접 소장하고 하나는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봉사 시간 인증까지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큐어링랩만의 독창적인 비즈니스 문법을 보여준다.
■ 2026년 ‘동북권 균형발전’과 함께 비상하는 큐어링랩
2023년 법인 설립 이후 와디즈 펀딩 378% 달성, 국립과천과학관 교구 박람회 참가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큐어링랩은 이제 더 큰 미래를 준비한다. 남양주시와의 협력을 통해 2026년 ‘외로움 가구 대상 시범사업’ 운영을 앞두고 있으며, 다산역 인근의 무상 임대 매장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의 심리 방역망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예정이다.
안신영 대표는 “작은 도움이 큐어링랩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고, 그 생존은 다시 누군가의 생존을 돕는 선순환이 된다”며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기술력과 진정성을 모두 갖춘 이 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의 외로움 지수를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시장의 기대가 모인다.
· 제품 및 카달로그 문의: 010-7530-5929 / team@curinglab.co.kr
· 기부 및 교육 프로그램 제안: edu@curinglab.co.kr
· 홈페이지: http://curingla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