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유럽연합(EU)이 지난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이하 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본격 시행했다. 역내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로 세계 첫 탄소국경세다. 우선 철강, 알루미늄 등 탄소배출량이 큰 7개 품목을 우선 적용하지만 추후 가전, 자동차부품 등 더 많은 품목이 CBAM 적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어 영국, 미국, 캐나다, 중국 등도 탄소국경세를 매길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 무역질서가 ‘탄소 무역 시대’로 전환기를 맞았다는 신호탄이 올라갔다. 여러 배경이 있지만 선 넘은 지구촌 온실가스도 한 몫을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이 발표한 2024년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은 577억 톤으로 전년도보다 2.3% 증대했다. 역대급이다. 산불, 사막화, 홍수로 인한 토양 변화가 배출량 증대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화석연료 사용보다 더 비중이 컸다.
이런 때, 사막화지역인 몽골에 나무심기 등을 통해 토양 관리 등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하는 NGO인 푸른아시아가 '온실가스(GHG, Greenhouse Gas Protocol) 프로토콜' 공식 번역본을 내놨다. 이는 온실가스 산정∙보고∙검증을 위한 국제 표준이다. 푸른아시아는 GHG 프로토콜 사무국인 세계자원연구소(WRI, World Resources Institute)과 아시아 최초로 계약을 맺고 이를 공개했다. 총 7개 표준(Standard), 10개 지침(Guidance) 가운데 국내 기업과 산업 등에 당장 필요한 4개 표준과 4개 지침에 대해 계약했다.
이번에 나온 ‘기업 온실가스 회계 및 보고 표준’은 토대 성격을 지닌 표준으로 나머지 3개 표준과 4개 지침은 올 6월까지 공개 목표로 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번역본은 푸른아시아 홈페이지(www.greenasia.kr)와 GHG 프로토콜 홈페이지(https://ghgprotocol.org)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신년을 맞아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와 GHG 프로토콜을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GHG 프로토콜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 부탁한다.
= GHG 프로토콜은 전 세계 기업과 기관 등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정한 국제 표준이다. 따라서 활용도가 꽤 높은데, RE100(재생에너지 100%) 이행 과정에서 배출량 산정과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기후 공시에 핵심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수출과 투자유치, 지속가능성 공시 등을 위해 필요한 온실가스 산정과 보고 기준을 주도하고 있다. EU의 CBAM, 글로벌 투자기관의 기후영향평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인 시카고 기후거래소 등에도 GHG 프로토콜이 쓰인다. 한국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GHG 프로토콜 활용을 늘리고 있다. 이른바 ‘탄소 무역 시대’가 열리는 이때 GHG 프로토콜은 그 사용빈도가 더 늘어날 것이다.
- 이번 번역본 공개로 국내 기업이나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가?
= 첫째, 기업들은 국내외 온실가스 규제와 공시에 대비해 일관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번역본을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K-ESG 등 다양한 ESG 보고 기준들로 인해 무엇을 기준에 놓아야 할지 혼란이 있었다. 이런 혼란을 GHG 프로토콜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됐다.
둘째,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44.44%, 수출에서 제조업 비중은 87.3%로 수출과 제조업에 의존한 경제 구조다. 세계경제의 온실가스 보호무역이 확산되는 와중에 우리 제조업이 기후영향평가와 온실가스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수출 중단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온실가스 관리는 기업과 경제가 살고 죽는 현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번역본은 온실가스 목표 관리, 기후영향평가의 투명성, 데이터 신뢰성, 비교 가능성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의 선순환을 돕는 지침이 될 것이다.
- GHG 프로토콜과 어떻게 연결돼서 공식 번역본을 펴내게 됐는지 궁금하다.
= 푸른아시아는 2014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이 주는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 Award) 최우수상(First Prize)을 받았다. 이는 푸른아시아가 2000년 이후 국제 기준에 따라 기후위기와 사막화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토지 관리를 실행한 덕분이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1~2023년까지 3년동안 GHG 프로토콜이 당시 제정을 준비하던 ‘토양 부문과 온실가스 제거 지침’(Land Sector and Removal Guidance)에 ‘파일럿테스트’와 ‘감수’ 기관으로 활동했다.
이런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푸른아시아는 2024년 2월 아시아 최초로 WRI(World Resources Institute, 세계자원연구소)와 GHG(Greenhouse Gas Protocol) 프로토콜 표준∙지침을 번역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GHG 프로토콜이 새로운 지침 제정이나 표준 개정 시 의견 제시나 감수 등 협력을 계속 하고 있다.
- 국제 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큰 폭의 감축이 필요한 상황에서 GHG 프로토콜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유엔환경계획)가 발표한 2024년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도보다 2.3% 증대했는데, 이 증대분의 절반 이상이 산불, 사막화, 홍수로 인한 토양 변화가 부른 온실가스 방출 때문이었다. GHG 프로토콜은 토양 사용 변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흡수, 관리에 관한 엄격한 지침을 제공한다. 특히 오는 30일 공개 예정인 ‘토양 부문과 온실가스 제거 지침’은 국제기구, 정부, 기업, 투자기관 등이 해결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GHG 프로토콜은 온실가스 이중 계산 금지 등을 통해 정부와 기업의 탈탄소 정책 진전에 기여한다. 일례로 전력 표준을 개정 중인 GHG 프로토콜은 RE100 지원 등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온실가스 이중 계산 금지 위배 등으로 논란이 된 한국의 녹색프리미엄제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제 표준에 맞는 탈탄소 정책 수립을 기대한다.
- 탄소국경세 등 탄소 장벽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국제 교역이나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 탄소국경세는 EU, 미국뿐 아니라 영국은 2027년 시행 예정이고, 중국, 일본 등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이른바 ‘탄소 관세’의 도전에 대응해야 미래가 있다. 수출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저탄소사회와 저탄소산업의 길을 열어야 한다. 일본제철 사례를 보자. 일본제철은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미국 US스틸 인수에 나선 한편 일본 내 공장은 전기로 방식을 택해 온실가스 발생을 크게 줄이는 저탄소 철강 생산 전략을 세워 투자하고 있다. 탄소국경세에 대비한 것이다.
둘째,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산정, 관리, 보고, 검증을 철저히 국제 표준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지금껏 한국내 기준으로 온실가스 산정∙보고를 하면 거래 계약을 해지 당할 위험이 있다. 탄소국경세가 무역 핵심이 된 시대, 한국은 저탄소 전략과 국제 온실가스 표준 적용 역량을 강화해야 경쟁력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 그렇다면 국제 표준에 맞춘 온실가스 산정 작업을 준비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GHG 프로토콜을 활용해 어떤 대응이나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 당장 시급한 과제가 있다. 국제 온실가스 표준을 현장에서 수행할 역량, 즉 전문가, 실무진 양성이다. 온실가스 산정∙보고를 위해선 기업 실무진이 현장 데이터를 기준에 따라 수집∙입력해야 한다. 탄소국경세, RE100,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과학 기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 등 당장 영향을 받는 국제 표준은 데이터 신뢰성을 중시 한다. GHG 프로토콜은 데이터 보고 당사자 기업이 아닌 외부 기관이 주도하는 컨설팅 보고서는 신뢰성이 낮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아울러 정부는 실무 담당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플랫폼을 지원해야 한다. 또 여기 지원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원 제도도 필요하다. 국제표준에 따른 플랫폼 구축과 글로벌 표준에 따른 온실가스 산정∙보고, 감축 업무를 맡을 인재 양성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 국내 기업이나 산업계는 Scope 3(공급망 전체 탄소 배출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담 등을 어떻게 하면 완화하고 국제 표준에 맞출 수 있을까?
= 기업들을 만나보면, 수출할 때 온실가스 관련 해외와 한국 기준이 달라 이중 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해외는 Scope 3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나 한국은 대부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향후 2~3년 Scope 3를 산정하고 완전하지 않아도 일단 보고하는 게 좋다. 이런 경험을 통해 국제표준에 맞는 Scope 3 산정∙보고 전략을 보완하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Scope 3를 산정∙보고하는 협력사 역량을 지원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GHG 프로토콜은 외부 컨설팅을 통한 데이터 수집∙산정에 대해 신뢰도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기업 실무진이 온실가스 데이터를 모아 보고하는 게 중요하다. 또 컨설팅은 비싼 비용을 들여야하지만, 내부를 교육∙훈련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중소기업은 실무진 구성에 한계가 있어서 정부가 지원책을 준비해야 한다.
Scope 3는 기업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를 넘어,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원자재 조달, 협력사 생산 과정, 물류·운송, 제품 사용 및 폐기 단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기업 활동 전 과정의 탄소 영향을 포괄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국제적으로는 Greenhouse Gas Protocol을 기준으로 Scope 1(직접 배출)과 Scope 2(구매 전력 등 간접 배출) 외에 Scope 3까지 포함한 전주기적 탄소 관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IT·에너지 기업과 EU 규제 체계에서는 공급망 차원의 감축 책임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Scope 3 공시와 관리가 제도적으로 의무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수출 기업들이 해외 기준과 국내 제도 사이에서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글로벌 ESG 공시 강화 흐름에 따라, 국내 기업 역시 Scope 3 관리 체계를 조기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 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와 WRI(World Resources Institute)가 함께 단일 표준을 만들기로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 지난해 9월 ISO와 GHG 프로토콜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 제품, 공급망, 프로젝트 전체를 대상으로 글로벌 온실가스 표준 개발을 시작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보고, 검증, 인증, 규제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이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측정∙보고∙ 검증 절차를 단순화하고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의 이중 보고 부담을 줄이고 무역 상대와 투자자에게 데이터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논의에 직접 참여하는 게 아니라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순 없지만, 향후 3년 안에 온실가스 표준은 사실상 하나로 정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나 제언 등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온실가스 국제 표준에 대해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준비와 대응이 너무 늦다. EU, 미국, 캐나다 등을 비롯해 중국, 일본도 이미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GHG 프로토콜 전문가들과 실무진 양성이 미비하다. 푸른아시아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온실가스 국제표준 교육 콘텐츠와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다. 콘텐츠 개발과 아울러 전문가와 실무진 양성이 선결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