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이달 29~30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 재정립과 공급망 협력, 대북정책 공조 강화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자, APEC 정상회의 직후 열리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의 향후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동맹 복원 신호…‘안보·방위비’ 협상 재개 가능성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0월16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29~30일로 예상되며, 그 시점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29일 한국에 도착해 1박 2일 일정으로 머무를 예정이며, 첫날인 29일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거래적 동맹론(Transactional Alliance)’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재집권 이후에는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 재정비라는 현실적 과제 속에서 한국과의 동맹 재강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이 “트럼프식 동맹 관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동맹’ 강화…경제안보 협력 확대
이번 정상회담의 또 다른 축은 경제안보 협력이다. 한미 양국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공급망 재편,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하의 보조금 체계 조정, AI·디지털 무역 규범 등 산업 협력 의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친미 동맹 중심 공급망 블록’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한국은 반도체·2차전지 핵심소재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통해 필수적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제조 회귀”를 정책 기조로 내세워 왔지만,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삼성전자 텍사스 파운드리,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등)가 그 흐름을 뒷받침해왔다는 점에서 상호 이해관계가 깊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공급망 안정, 첨단산업 협력, AI 기술표준 공동 대응 등 포괄적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북핵·한반도 정세 조율…“억제력 유지와 외교 병행”
한반도 안보 이슈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톱다운 방식의 대화 모델”을 추진했지만, 실질적 비핵화 진전은 없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 전술핵 운용, 북러 군사협력 강화 등 새로운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 억제와 더불어 북중러 공조에 대응하는 다자안보 프레임을 논의할 가능성도 높다.
■ 전문가 “트럼프 외교의 방향, ‘협상형 동맹관리’로 전환될 듯”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기조가 과거의 대립형 접근에서 벗어나, 실용적 협상형 모델로 재조정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국국제정치학회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경제성과 중심의 동맹 외교를 유지하되, 중국 견제라는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은 그 전략의 첫 시험대”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