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후 멈췄던 예금자 보호 한도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억원으로 상향되는 제도가 1일부터 시행됐다. 금융 소비자의 자산 포트폴리오와 금융권의 책임감이 재편되는 변곡점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현장을 찾아 제도 시행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영업점을 방문해 예금상품에 가입하며 예금보험관계 표시·설명·확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했다. 현장에는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소상공인 예금자 등이 함께했다.
권 부위원장은 은행 창구에서 직접 가입한 통장을 펼쳐 ‘예금보호한도 1억원’ 문구를 확인하며 “국민의 안심과 믿음의 무게를 상징하는 표시이자, 금융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대응을 담당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24년 만의 한도 상향을 누구보다 뜻깊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 부위원장은 예금보호한도 상향으로 금융회사가 얻는 최대 혜택은 ‘국민 신뢰’라며, 이는 단순히 금융회사가 납부하는 예금 보험료만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 닦아 놓은 제도적 토양 위에서 가능했다고 평가했다.그는 “이제 금융권이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혁신기업과 미래 성장산업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더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상품 설명서와 통장에 제도 변화를 충실히 반영해 준 금융회사들에 감사한다”며 “앞으로 고객들에게 예금자 보호제도를 알기 쉽게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금융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제도 시행 상황을 관리하고,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자금 이동 동향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예금자 보호한도 1억원 시대는 23년 만에 5,000만원의 벽이 깨졌다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의 안전판이 교체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불릴 만하다. 그동안 자산가들은 5,000만 원 단위로 여러 은행에 돈을 쪼개 넣는`예금 유목민' 생활을 해야 했으나 이제 그 수고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는 시중 자금의 쏠림과 집중을 부를 전망이다. 쪼개기 예금의 종말과 자산 이동의 서막을 예고한 셈이다. 브랜드 파워가 강한 대형 은행과 금리 경쟁력을 갖춘 저축은행 사이의 자동이동, 이른바 `머니 무브'는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판을 깔았다. 이제 공은 금융권으로 넘어갔다. 한도 상향으로 유입될 자금을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 단순히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차이) 경쟁에 머문다면 1억 원 상향의 의미는 퇴색된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과 '혁신기업 지원'을 당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늘어난 유동성이 미래 성장 산업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금리 0.1%p에 민감한 스마트 머니들이 1억 원 단위로 뭉쳐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자금 이동 동향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봐야 한다. '안심'이 '방심'이 되지 않도록, 제도의 안착만큼이나 사후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