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중동발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해운 시장이 '블랙홀'에 빠졌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세계 원유 수송의 3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봉쇄를 선언하자, 해상 운임은 유례없는 폭등세를 기록 중이다.
■ '하루 5억원' 넘었다…VLCC 운임의 유례없는 질주
3월4일 해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Very Large Crude Carrier)의 일일 용선료가 40만 달러(약 5억3천만원)를 돌파했다. 평상시 수만 달러 수준이던 운임이 불과 몇 주 만에 10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번 폭등은 단순한 심리적 불안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의 공습 전부터 선박 부족과 OPEC 국가들의 수출 증가로 10만 달러 선을 넘보던 시장에, '호르무즈 봉쇄'라는 초대형 악재가 투하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폭발한 결과다. "배를 구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 지불하겠다"는 화주들의 비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 '장금상선'의 대반전…글로벌 단기 용선 시장 25% 장악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한국의 장금상선(長錦商船, Sinokor Merchant Marine)이다. 장금상선은 현재 전 세계 VLCC 물량의 약 12%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스팟(Spot, 단기 용선)'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시계 제로의 시장 상황에서 장금상선은 단기 용선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렸다. 장기 계약에 묶이지 않은 배들이 많다는 점이 평상시에는 리스크였으나, 지금 같은 초고운임 시기에는 매일 수억 원의 추가 이익을 창출하는 '현금 인출기'가 된 셈이다.
글로벌 분석기관 시그널그룹은 "한 업체가 VLCC 단기 시장을 이 정도로 장악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시그널그룹(Signal Group)은 글로벌 해운·에너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해운 전문 분석기관으로, 선박 운항 정보와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상 운임과 원유 수송 흐름 등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선박 위치 데이터와 해상 물류 정보를 활용해 유조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의 운송 동향과 원유 해상 물동량 변화를 분석하며,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해운사, 투자기관 등에 시장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원유 운송 시장과 유조선 운임 전망 등 해운·에너지 물류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평가된다.
장금상선은 1989년 설립된 한국의 중견 해운회사로, 아시아 역내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국적 선사다. 본사는 서울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중국·일본을 잇는 동북아 항로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등으로 운항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다.
장금상선은 컨테이너선 운송을 핵심 사업으로 하면서 벌크선 및 특수선 운용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해운동맹 및 항로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화물 운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입 화물의 역내 해상 물류를 담당하는 주요 국적 선사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한·중·일 단거리 해운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 재편 과정에서 역할을 확대해 왔으며, 계열사 및 협력 선사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아시아 중심의 컨테이너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며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 컨테이너선도 '동반 상승'…HMM 수익성 개선 청신호
원유뿐만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직접적 연관이 적은 컨테이너선 운임도 덩달아 고개를 들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 SCFI)는 지난달 말 1,333.11을 기록하며 저점 대비 6.52% 반등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발하는 주요 글로벌 항로의 컨테이너 해상 운임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지수는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hanghai Shipping Exchange)가 매주 발표하며, 유럽·미주·동남아 등 주요 항로의 스팟(현물) 운임을 반영해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수급 상황과 운임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해운·물류 업계에서는 SCFI를 통해 컨테이너 운임 상승·하락 추세와 글로벌 교역 경기 흐름을 분석하는 데 활용한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에게는 호재다. 주력인 컨테이너 사업은 물론,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벌크선 사업부문에서도 운임 상승의 수혜가 예상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해상 항로 교란은 운임 상승의 직접적 요인"이라며 국내 해운사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HMM(Hyundai Merchant Marine, HMM Co., Ltd.)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 원양 해운사로, 글로벌 컨테이너 해상 운송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종합 해운·물류 기업이다. 1976년 현대상선(現代商船)으로 출범했으며, 이후 글로벌 해운 시장 구조 변화와 산업 재편을 거치며 2020년 사명을 HMM으로 변경했다. 회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기반으로 미주·유럽·아시아 등 주요 글로벌 항로에서 정기선 서비스를 운영하며 한국 수출입 물류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HMM은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대형 선대를 확보하며 글로벌 해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선대 확충을 통해 세계 주요 해운 동맹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장거리 원양 항로에서 운송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컨테이너 해운을 중심으로 벌크선, 터미널 운영, 물류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해운·물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글로벌 교역 증가와 해상 운임 변동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산업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HMM은 한국 해운산업 재건 정책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되며, 국적 원양 선사로서 글로벌 해상 물류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배가 갇혔다"…수익보다 무서운 '안전 리스크'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통과하는 모든 배를 불태우겠다"는 서슬 퍼런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 호르무즈 인근에서 공격받은 선박이 7척에 달한다. 현재 해협 인근에는 한국 선박 40척이 머물고 있으며, 이 중 26척은 봉쇄망 안쪽인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다. HMM의 컨테이너선 1척 역시 두바이항으로 긴급 대피한 상태다. 운임이 아무리 올라도 배가 공격받거나 억류될 경우, 해운사는 감당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 급등으로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의 위협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며 "수익 극대화보다는 선박 안전 확보와 우회 항로 검토 등 비상 대응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 장금상선 vs HMM 시장 점유율 및 운임 현황 >
| 구분 | 장금상선 (Sinokor) | HMM (구 현대상선) |
| 주력 선종 | VLCC (초대형 원유운반선) | 컨테이너선 (세계 8위권) |
| 시장 점유율 | 전체 VLCC의 12% 보유 | 컨테이너선 위주 (벌크선 약 15%) |
| 단기 용선 점유율 | 약 25% (글로벌 독보적 1위) | 장기 계약 위주 (안정적 구조) |
| 핵심 운임 지표 | VLCC 1일 용선료 | SCFI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
| 운임 변동 현황 | 40만 달러 돌파 (평시 대비 10배↑) | 1,333.11 (저점 대비 6.52%↑) |
| 중동 사태 수혜 | 유가 급등·봉쇄로 인한 직격 수혜 | 항로 교란에 따른 동반 운임 상승 |
| 현재 리스크 |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고립 가능성 | 두바이항 대피 등 선박 안전 확보 비상 |
한편, VLCC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으로, 주로 중동 등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를 아시아·유럽·미국 등 주요 소비국으로 대량 수송하는 데 사용되는 유조선이다. 일반적으로 적재 용량이 약 20만~32만 DWT(Deadweight Tonnage, 재화중량톤수) 규모에 달하며, 글로벌 원유 해상 물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ULCC (Ultra Large Crude Carrier, 초초대형 원유운반선)는 약 320만 DWT 이상 규모다.
DWT는 선박이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최대 적재 중량을 의미하는 해운·조선업의 핵심 지표다. 여기에는 화물, 연료, 선원, 식량, 물, 예비 부품 등 선박이 실을 수 있는 모든 무게가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선박의 규모와 운송 능력을 평가할 때 사용되며, 유조선·벌크선 등 상선의 수송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위로 활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