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종 칼럼니스트 | 2023년 이후 전 세계 기업들이 생성형 AI 도입에 쏟아부은 투자금은 2,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거대한 지출의 근저에는 하나의 압도적인 기대가 있었다. AI가 반복적이고 지루한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면, 인간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문서 초안을 알아서 써주고,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해주고, 코드의 뼈대를 즉시 생성해주는 도구가 등장했으니, 당연히 사람들은 더 여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영진들은 이 기대를 숫자로 확인받고 싶어 했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인력을 효율화하고, 비용이 절감되는 미래. 그것이 AI 도입을 승인한 이사회와 경영진이 그린 청사진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7월 업워크 연구소(Upwork Research Institute)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의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조사에서 경영진의 96%가 AI가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실제로 AI를 사용하고 있는 직원의 77%는 AI가 오히려 자신의 업무량을 늘렸다고 응답했다.
96 대 77.
이 숫자의 간극이 AI 시대의 가장 불편한 진실을 압축하고 있다. 경영진이 상상하는 세계와 직원이 경험하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직원들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추가 시간을 쓰고 있었고(39%), AI 도구 자체를 학습하는 데 시간을 빼앗기고 있었으며(23%), AI 때문에 새로 생겨난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빠졌다(21%). AI가 일을 줄여준 것이 아니라, AI를 위한 일이 새로 생긴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31개국 3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근로 동향 지수(Work Trend Index) 역시 같은 그림을 그린다. 지식노동자의 75%가 이미 업무에 AI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 수치는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로 뛴 것이었다. 그런데 리더의 59%는 AI의 생산성 효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60%는 자신의 조직에 AI 활용에 대한 비전 자체가 없다고 인정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AI 사용자의 78%가 회사가 제공한 도구가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찾은 도구를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직은 AI를 도입했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개인들이 각자도생하고 있는 셈이다. 방향 없이 도구만 던져준 것이다.
슬랙의 노동력 지수(Slack Workforce Index)의 2024년 가을 조사는 한 발 더 나아간 현실을 보여준다. 15개국 17,372명의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미국 직장인의 AI 도입률은 5개월간 고작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32%에서 33%로. 사실상 정체다. AI에 대한 전 세계적 흥분도는 같은 기간 6%포인트 하락했고, 전체 근로자의 3분의 2는 아직 AI 도구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93%는 AI의 결과물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8%는 상사에게 AI를 사용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했다. AI가 생산성 혁명을 가져왔다는 서사와, 대다수의 직원이 아직 AI를 써보지도 않았거나 써보고 실망했다는 현실 사이에는 거대한 균열이 있다.
기업 차원의 데이터도 이 균열을 확인해준다. 맥킨지(McKinsey)가 2025년 11월 발표한 인공지능 현황(State of AI) 보고서에 따르면, 105개국 1,993명의 응답자 중 88%의 조직이 최소 하나의 기능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었고, 72%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업이익(EBIT, 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에 실질적 영향이 있다고 보고한 비율은 39%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영업이익의 5% 미만이라고 답했다. 전사적으로 AI를 확장한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고,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한 기업은 21%에 그쳤다. 88%가 도입했지만 6%만이 실질적 성과를 내는 "AI 고성과 기업"에 해당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2024년 10월 조사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59개국 1,000명의 C레벨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74%의 기업이 AI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 이후 실제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는 기업은 26%에 불과했고,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4%뿐이었다.
이 간극은 추상적인 통계에 머물지 않는다. 구체적인 기업 이름과 구체적인 실패가 있다.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2024년 오픈AI OpenAI 챗봇으로 약 700명의 고객 서비스 인력을 대체하면서 AI 전환의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그러나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고객 만족도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CEO 세바스찬 시미아트코프스키(Sebastian Siemiatkowski)는 비용 절감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음을 인정했다. 2025년 봄, 클라르나는 다시 인간 상담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맥도날드(McDonald's)는 2021년부터 IBM과 협력하여 100개 이상의 미국 매장에서 AI 음성 주문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지만, AI가 주문을 빈번하게 오해하고 원치 않는 메뉴를 추가하는 문제가 지속되어 2024년 6월 해당 파일럿을 종료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자신의 코파일럿 Copilot 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Fortune 500 기업의 70%가 코파일럿을 도입했지만, 유료 구독자 비율은 2025년 7월 18.8%에서 2026년 1월 11.5%로 오히려 줄었다. 정확도에 대한 순추천지수(NPS)는 마이너스 24.1까지 떨어졌고, 이탈한 사용자의 44.2%가 "답변을 신뢰할 수 없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가트너(Gartner)는 2024년 7월,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최소 30%가 개념증명 단계 이후 폐기될 것이라 예측했다. S&P Global에 따르면, AI 이니셔티브의 대부분을 포기한 기업의 비율은 2024년 17%에서 2025년 42%로 급증했다. MIT NANDA 연구는 300개 이상의 이니셔티브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파일럿 프로젝트의 95%가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는 AI로 인한 향후 10년간의 생산성 향상을 0.5%로 전망했다. 연방준비은행 세인트루이스 지부는 2022년 말 ChatGPT 출시 이후 누적 초과 생산성 증가가 1.9%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문제의 본질은 AI의 성능에 있지 않다. AI는 분명히 특정 태스크에서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문제는 그 성능이 "인간이 편해지는 것"으로 자동 변환되리라는 착각에 있다. AI가 어떤 일을 대신해주면, 그 빈자리에 쉬는 시간이 들어올 것이라는 가정. 이 가정이 틀렸다. AI가 하나의 태스크를 해치우면, 그 자리에는 이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새로운 태스크가 밀려들어온다. 생산성은 올라갔다. 그런데 사람은 더 바빠졌다. 이 역설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AI 시대를 제대로 읽는 출발점이다.
김현종 | (주)위레이저 대표이사
AI 자동화 전문기업 위레이저(Weraser)를 이끌며, 25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통해 물류·금융·제조·유통 등 다양한 산업의 업무 자동화를 구현하고 있다. 저서로 『챗GPT 프롬프트 디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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