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구글이 자체 AI(인공지능) 가속기 ‘TPU 아이언우드(Ironwood)’를 전면에 내세우며 AI 인프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해온 AI 칩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생산 능력(capacity)을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월2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TPU 기반의 초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 3.0’이 성능 평가에서 호평을 받으며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 구도가 흔들리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TPU는 AI 연산 가운데 핵심인 행렬 곱셈에 특화된 ASIC(전용 반도체)으로,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 브로드컴과 구글이 공동 개발했다. 범용 GPU 없이도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주력 GPU인 ‘H100’ 대비 최대 8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게 평가된다.
메타(Meta)가 2027년 구글 TPU를 수십억 달러 규모로 도입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오면서, AI 칩 시장이 엔비디아와 구글 중심의 이원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곧 HBM 소비량 증가로 직결된다. TPU 한 개당 6~8개의 HBM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GPU와 함께 HBM의 신규 수요처가 대폭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HBM 수요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성에도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비디아와 이미 대규모 공급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TPU 시장까지 본격 성장할 경우 두 회사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마이크론(21%)과 삼성전자(15%)가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TPU 확산은 HBM 시장 내 지형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생산능력(Capacity)에서 한국 업체가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다.
HSBC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월간 HBM 생산 능력은 SK하이닉스가 16만 장, 삼성전자가 15만 장으로 파악된다. 반면 마이크론은 5만5000장에 그쳐 공급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신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마이크론이 경쟁에서 밀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점유율을 더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구글 TPU에 공급될 HBM 비중을 SK하이닉스 56.6%, 삼성전자 43.4%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HBM 부문에서 한 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전자가 이번 기회를 통해 본격적인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구글 TPU 수혜의 최선호주”라며 “메모리 공급 확대, 선단 공정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 제미나이 AI 확산에 따른 갤럭시 판매 증가 등 다양한 수혜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