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XPU(이기종 가속기, eXtended Processing Unit)는 CPU·GPU·NPU 등 서로 다른 연산 장치를 하나의 칩이나 패키지 안에서 통합해 동시 처리하는 차세대 연산 구조를 말한다. 기존의 CPU(중앙처리장치)가 명령어 중심의 일반 계산을,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대규모 병렬 연산을 담당했다면, XPU는 여기에 AI·데이터 분석·그래픽·과학 계산 등 다양한 작업을 가속하는 모든 연산 코어를 하나로 묶은 ‘융합 가속기’ 개념이다.
쉽게 말해 XPU는 CPU의 논리적 사고력, GPU의 병렬 처리 능력, NPU(신경망 처리장치)의 인공지능 학습 기능을 한데 합친 일체형 두뇌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AI 훈련이나 대규모 데이터 연산을 위해 CPU와 GPU가 개별 칩으로 분리되어 연결되었지만, XPU는 여러 종류의 연산 코어를 하나의 칩이나 패키지에 통합해 ‘이기종(heterogeneous)’으로 협업하도록 설계된 점이 핵심이다. 이 구조를 통해 데이터 이동 속도를 높이고 전력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AI 모델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연산량이 폭증하면서, GPU만으로는 처리 효율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텔·AMD·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CPU, GPU, NPU, FPGA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XPU 아키텍처를 차세대 AI 가속기 표준으로 개발 중이다. XPU는 데이터센터·클라우드·자율주행·로봇·디지털 트윈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 처리 효율을 극대화할 기술로 꼽힌다.
XPU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속·대용량 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 와 칩 간 통신을 최소화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필수적이다. 수백억 개의 파라미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AI 학습 특성상, 연산 속도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메모리에서 가져올 수 있느냐(메모리 대역폭) 가 성능을 좌우한다. 따라서 XPU는 HBM을 다층으로 쌓고(스태킹), 칩을 가깝게 묶는 2.5D·3D 패키징 기술을 통해 CPU와 GPU의 병목 현상(메모리월)을 해결한다.
전문가들은 XPU가 GPU 시대 이후 AI 반도체의 ‘다음 진화 단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HBM과 첨단 패키징 기술 경쟁력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XPU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혜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XPU는 단순히 연산칩을 새로 설계하는 개념이 아니라, AI 인프라 전체를 ‘메모리 중심 구조’로 재편하는 기술 혁신”이라며 “한국 반도체가 강점을 가진 영역이 바로 그 지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