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한화그룹이 중앙그룹이 운영하는 ‘휘닉스’ 레저 브랜드 인수에 사실상 착수하며 국내 레저·호텔 시장에 큰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콘텐츠 사업 부진으로 현금 압박이 커진 중앙그룹과, 공격적인 유통·서비스 확장에 나선 한화그룹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대형 M&A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 한화, 휘닉스중앙 인수 실사 ‘막바지’…거래가 5천억대
12월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중앙그룹의 레저법인 ‘휘닉스중앙’ 지분 100% 인수를 위해 최종 실사를 진행 중이다. 양측은 조만간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의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거래 규모는 약 5천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대상에는 △평창 ‘휘닉스 파크’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 성산 ‘플레이스 캠프 제주’ 등 중앙그룹의 핵심 리조트 자산이 포함된다. 특히 휘닉스 파크는 개장 30주년을 맞는 국내 대표 복합리조트이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으로 활용되며 브랜드 가치가 확고한 곳이다.
중앙그룹의 레저 사업 최상위 법인은 중앙리조트투자로, 이 회사는 사실상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하고 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중앙리조트투자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남 홍정도 중앙홀딩스 부회장이 30%, 차남 홍정인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 사장이 2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즉, 중앙리조트투자의 지분 75%가 오너 일가에게 직접 집중된 구조다.
눈에 띄는 점은 그룹의 지주사인 중앙홀딩스가 중앙리조트투자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중앙그룹 레저 자산은 지주사 체계 밖에서 총수 일가가 사실상 직접 관리하는 독립적 성격이 강한 사업 부문으로 해석된다.
중앙리조트투자는 휘닉스 파크 운영사인 휘닉스중앙의 지분 80%를 보유한 실질적 모회사다. 휘닉스 파크는 평창의 복합리조트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이 위치해 있으며, 중앙그룹 레저 사업의 핵심 자산이다.
제주 지역 레저 사업은 휘닉스중앙의 100% 자회사인 휘닉스중앙제주가 맡고 있다. 이 법인은 제주 섭지코지의 ‘휘닉스 아일랜드’와 성산읍의 ‘플레이스 캠프’ 등 제주권 주요 자산을 직접 관리하며, 중앙그룹 전체 레저 포트폴리오의 남해·제주권 거점 역할을 담당한다.
■ 중앙그룹, 콘텐츠 부진에 ‘현금 압박’…레저 매각으로 돌파
중앙그룹이 레저 사업에 진출한 것은 2016년으로, 보광그룹의 레저 부문을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후 JTBC·콘텐트리중앙 등 주요 콘텐츠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며 그룹 전체가 ‘BBB, 부정적’ 평가를 받는 등 재무 부담이 커졌다.
휘닉스중앙 역시 작년 기준 매출 1,282억 원·순손실 331억 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현금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지면서 중앙그룹은 결국 레저 사업 매각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앙그룹과 보광그룹은 삼성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 그룹’이자 홍씨 일가를 축으로 한 특수 관계로, 법적으로는 분리 경영을 유지하면서도 지배구조와 사업 재편 과정에서 긴밀한 연결고리를 형성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1999년 공정거래법 개편을 계기로 삼성에서 동시에 분리된 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중앙일보·방송·콘텐츠를 축으로 한 중앙미디어네트워크와 반도체·리테일·레저를 중심으로 한 보광그룹이 각자의 영역을 넓혀 왔으나, 2007년 계열분리 조정 이후에는 장남 홍석현 회장이 중앙그룹을, 다른 형제들이 보광·BGF 계열을 맡는 구도로 완전히 역할을 나눈 것이 특징이다.
다만 2010년대 들어 보광그룹이 반도체 후공정 등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자, 중앙그룹이 레저·리조트 자산을 단계적으로 인수하면서 양 그룹의 사업 축이 다시 교차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 중순부터 2016년 초 사이 보광그룹 분할·재편 과정에서 중앙그룹이 보광레저 계열을 인수해 휘닉스 평창·제주 등을 운영하는 법인을 현재의 휘닉스 호텔앤리조트(옛 보광)로 편입했고, 이로써 중앙그룹은 미디어·영화관(메가박스)에 더해 레저·관광까지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외형을 키웠다.
반대로 보광그룹 측은 핵심 계열사였던 보광이 이탈하면서 그룹 규모가 축소됐고, CU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BGF리테일·BGF 그룹 중심의 구조로 재편되면서 중앙그룹과의 관계는 ‘공동 창업·가문 기반의 역사적 연고는 깊지만, 현재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가 상당 부분 분리된 상태’로 요약된다.
■ 인수 주도하는 건 김동선 부사장…한화의 유통·레저 확장
이번 거래는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직접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올해 아워홈과 정상북한산리조트를 연이어 인수하며 레저·외식·서비스 부문의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휘닉스 인수까지 성사될 경우 한화는 국내 레저 시장에서 단숨에 롯데그룹(롯데호텔·롯데리조트), 신세계그룹(신세계조선호텔), 현대백화점그룹(파크하얏트, 롤링힐스, 호텔 H), 소노호텔&리조트(舊 대명리조트), 파라다이스·GKL·강원랜드 등 톱티어 그룹과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한화 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미 양측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