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코스닥 상장사 엑스큐어(Xecure)가 유명 유튜버 하늘의 남편으로 알려진 강용호 대표가 운영하는 법인에 120억 원을 단기 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자금이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한울앤제주(舊 제주맥주)의 유상증자 참여에 활용돼 사실상 차입 인수(LBO, Leveraged Buyout)가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차입 인수는 인수 주체가 자기자본 대신 외부 차입금에 크게 의존해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적은 자기자본으로 기업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나 재무적 투자자들이 자주 활용한다. 다만 차입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무위험과 상환 리스크가 높아 시장에서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엑스큐어(Xecure)는 정보보안 솔루션과 인증 기술을 기반으로 한 IT보안 기업이다. 회사는 전자서명·암호화·인증 시스템 등 보안 인프라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해왔으며,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축형 보안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최근에는 모바일 보안, 데이터 보안, 인증 기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신사업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회사는 기술 기반 보안 서비스를 영위하는 기업임에도 최근 재무구조가 취약한 비보안 분야 법인에 대한 대규모 단기 대여(투자·융자)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울앤제주(舊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대표해온 제조기업으로, 제주 지역 브루어리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맥주 브랜드를 선보이며 성장해온 회사다.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국내 첫 크래프트 맥주 상장사’로 주목받았고, 이후 다양한 한정판·협업 제품을 출시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
회사는 최근 맥주 제조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식음료·라이프스타일·신소재 영역까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 구조와 지배 구조에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등 경영권 변동 이슈가 겹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울앤제주는 브랜드 경쟁력과 생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신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성공 여부가 향후 회사의 실질적 성장 동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 재무취약 법인에 ‘120억 급전대출’
12월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엑스큐어는 지난 24일 강용호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에프앤비모빌리티에 120억 원을 대여했다. 대여 조건은 △이자율 연 13%, △대여 기간 약 1주일로 ‘급전대출’ 성격이 강하다. 여러 외식·모빌리티 관련 법인을 운영해온 사업가인 강 대표는 2022년 유튜버 하늘과의 결혼식에서 다수의 연예인이 참석하며 주목받았고, 과거 프로배구 승부조작 실형, 불법 도박 의혹 등이 알려진 인물로도 회자된다. 최근에는 연예계·투자업계 인맥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담보는 ‘GD카페’ 부지…회수 가능성은 불투명
에프앤비모빌리티는 자본총계가 6억 원, 자산 116억 원 중 110억 원이 부채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엑스큐어는 대여금 회수를 위해 강 대표의 동생 강인호 씨와 그의 법인 본태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제주 애월읍 소재 토지·건물을 담보로 설정했다. 이 부동산은 과거 지드래곤(GD)의 ‘몽상드애월’ 카페 거리로 알려진 부지다.
그러나 담보가치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토지 장부가액 151억 원, △최근 공시지가는 39억 원으로 감소, △본태인터내셔널 총차입금은 202억 원에 달한다. 이미 상당한 근저당이 설정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엑스큐어가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20억 전액, 한울앤제주 지분 인수에 사용
강 대표는 빌린 120억 원을 케이파트너스1호투자조합을 통해 한울앤제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전액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공시상 자금 출처는 ‘자기자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엑스큐어에서 조달한 차입금이다. 또한 취득 지분에는 1년 보호예수가 설정돼 있어 담보 대출이나 단기 환금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강 대표가 대여금을 어떤 방식으로 상환할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을 매각해 상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장부가·공시지가·기존 채무 등을 감안하면 상환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배후엔 ‘연예계 큰손’ 원영식 오션인더블유 회장?
일부에서는 이번 거래의 배후에 원영식 오션인더블유 회장이 연관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 회장은 JYP·YG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투자로 ‘연예계 큰손’으로 불린 인물이다. 강 대표가 연예계 인맥이 넓다는 점에서 두 사람 간 네트워크가 연결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원 회장, 엑스큐어, 강 대표 모두 기자들의 질의에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 시장 “상장사 대여로 보기 어려운 구조…리스크 크다”
증권가는 상장사가 재무취약 법인에 단기간 120억 원이라는 대규모 대여를 결정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대여 목적과 회수 가능성, 차입 인수 구조 여부에 대한 투명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가치 불확실성과 보호예수 등을 감안하면 엑스큐어의 회수 리스크가 상당하다”며 “경영진 판단의 적정성과 내부통제 여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엑스큐어와 강 대표 측은 수차례 문의에도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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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앤제주, 제주 부동산 255억에 매입
한울앤제주(276730)가 제주도 내 부동산을 대규모로 매입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11월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울앤제주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일대의 토지 및 건물 자산을 총 255억원에 취득하기로 지난 27일 결정했다. 이는 2024년 연결 기준 자산총액(330억9037만원)의 77.06%에 해당하는 대규모 거래다.
부동산 매도자는 부동산 매매업체 에프앤비모빌리티로, 한울앤제주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다. 계약금은 총액의 55%인 140억원으로, 계약 체결일인 27일 지급됐고 잔금 115억원은 2026년 2월 27일 지급 예정이다. 자금은 자기자금, 유상증자, 금융권 차입으로 조달된다. 한울앤제주는 이번 거래의 목적에 대해 “사업 다각화 및 수익처 다변화를 통한 성장 동력 확보와 자산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다만 “일정과 거래 조건은 상대방과의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울앤제주의 2024년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액 183억원 △영업손실 48억원 △당기순손실 209억원을 기록했다. 재무상태는 △자산총계 331억원 △부채총계 248억원 △자본총계 83억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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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인더블유, 417억 대여…투자 확장 승부수
오션인더블유(408440)는 에스제이제일차홀딩스와 에스제이제이차홀딩스를 대상으로 총 417억원 규모의 금전 대여를 결정했다고 11월28일 공시했다. 이번 대여는 양사가 추진 중인 타법인 주식 취득을 위한 매매대금 지원 목적이다. 에스제이제일차홀딩스에는 213억원, 에스제이제이차홀딩스에는 204억원이 각각 대여된다. 대여 기간은 2025년 12월 29일까지로 설정됐으며, 이는 기존 공시된 금전 대여 건의 만기 연장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대여 기간은 내부 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대여금은 오션인더블유의 자기자본 대비 14.53% 수준이다.
오션인더블유는 2024년 연결 기준 자산총계 3699억원, 부채총계 836억원, 자본총계 286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매출액은 68억원, 영업손실은 33억원을 냈지만, 당기순이익은 1679억원으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