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증시가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주가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초 전무했던 황제주는 코스피 랠리와 업종별 실적 호조에 힘입어 어느새 4개 종목으로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16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 100만원을 돌파한 종목은 △효성중공업(161만4,000원) △삼양식품(137만원) △고려아연(129만원) △삼성바이오로직스(113만3,000원) 등 총 4개다. 이 중 효성중공업과 삼양식품은 올해 급등세를 주도하며 새로운 ‘황제주 클럽’으로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재 90만원대)와 태광산업(80만원대)도 한때 100만 원을 넘어서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 효성중공업·삼양식품 ‘신흥 황제주’ 부상
올해 새롭게 황제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표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K-푸드 열풍이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면서 해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삼양식품 주가는 불과 2년 만에 10배 상승한 ‘텐베거(ten-bagger)’로, 지난 5월 처음 100만 원을 돌파했다. 9월에는 163만원까지 치솟았고,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90%에 달한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무려 300%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세가 맞물리며 변압기 사업이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방산 수출 호재로 9월 말 110만원을 돌파했으나, 최근 중동 휴전 이슈로 90만원대로 조정을 받았다.
■ "황제주의 저주" 우려 vs "실적 기반 상승" 반론
일각에서는 ‘황제주’가 늘어나는 현상을 증시 활황의 상징으로 보면서도, ‘황제주의 저주’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100만원을 넘는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해 거래량이 줄고, 유동성 부족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21년 황제주였던 엔씨소프트는 신작 부진으로 주가가 2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수 침체 여파로 200만원을 넘봤던 주가가 현재 28만 원 선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 황제주들은 기대감이 아니라 명확한 실적 성장과 산업 구조적 호황에 기반하고 있다”며 “과거 테마성 급등주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 증권가 “목표가 잇따라 상향”… 상승 여력 여전
증권사들은 황제주들에 대한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하고 있다. 대신증권과 DS투자증권은 삼양식품 목표주가를 190만원으로 제시했고, 하나·교보·NH투자증권도 18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효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유안타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186만원, 185만원으로 상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평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방산·AI·식품 산업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며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장기 상승 사이클 초입에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