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예기치 못한 ‘정치의 계절’을 맞았다. 미·중 관세 갈등 재점화, 일본 총리 선출 혼란, 프랑스 정국 불안 등 각국 정치 변수들이 잇따라 터지며 자산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정치 리스크가 시장의 대형 악재로 이어지기보다는, 주요 정상회담을 계기로 봉합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iM증권 리서치본부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10월15일 보고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APEC 정상회의 전후로 주요 갈등이 완화되면 금융시장은 오히려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연방정부 셧다운·미중 갈등…정치가 자산시장 흔든다
현재 글로벌 자산 가격은 강세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치 이벤트가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예산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며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부상했다. 직접적 경제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달러 강세 속에서도 금·은 등 귀금속 가격이 급등하며 불안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며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고,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20기 4중전회를 앞두고 대미 강경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이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박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 ‘사나에노믹스’ 기대 주춤·정국 혼돈…유럽·아시아 동반 불안
일본 증시는 ‘다카이치 랠리’로 불리며 신임 총리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지만, 공명당의 연립정권 이탈로 정국 불안이 확산됐다. 신임 총리 결정이 결선투표로 이어질 경우 정권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일본 증시 랠리와 엔화 약세 흐름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프랑스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르코르뉘 전 총리를 사임 나흘 만에 재임명하며 내각을 재구성했지만, 야권의 강한 반발로 정국 불안이 심화됐다. 유로존 내 긴장이 높아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정치가 경제를 흔들지만, 시장은 해피엔딩 기대"
보고서는 “정치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자산가격을 흔들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중 관세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TACO)’식 협상 패턴—즉, 고조된 갈등 뒤 전격적인 봉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 역시 4중전회 이후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르코르뉘 총리가 연금개혁 유예를 선언하며 예산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채금리도 급락하는 등 불안이 완화되는 분위기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APEC 정상회의 전후의 미·중 정상회담, 한·미 회담 등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정치적 긴장이 완화되면 원화 강세 전환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 용어 설명
· ‘TACO’식 협상 패턴 = 'Take And Compromise Often(자주 취하고, 자주 타협한다)'의 약자로, 강경한 발언과 압박으로 협상 판을 키운 뒤 막판에 전격적으로 물러서며 부분 합의나 임시 봉합을 선택하는 전술적 접근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는 강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는 ‘거래형 정치인’의 특성을 보여왔다.
예컨대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관세 인상 위협을 통해 협상력을 높인 뒤, 일정 시점에서 부분적 합의(Phase One Deal)를 이끌어내며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반복했다. ‘타코식 협상’은 트럼프 특유의 위기-타협-봉합의 순환 패턴을 상징하며, 이번 미·중 관세 갈등 재점화 국면에서도 표면적 갈등 뒤 봉합 가능성을 점치는 근거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