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반도체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서초 사옥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역대급 실적 반등의 결과물인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의 시각차가 유례없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 “영업이익 15% 내놔라” 노조의 파격 요구, 계산기 두드려보니 ‘45조’
최근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사측에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할당해 달라는 공식 요구안을 전달했다. 얼핏 평이해 보일 수 있는 수치지만,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을 대입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적용하면 성과급 규모는 무려 45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45조원이라는 금액이 갖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총액(11.1조원)의 4배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연구개발(R&D) 투자비(37.7조원)마저 상회하는 수준이다.
■ AI 전쟁터서 총탄 대신 보상?… “글로벌 팹리스 인수할 거액”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노조의 요구가 단순히 ‘분배의 문제’를 넘어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 인텔, TSMC 등 거대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AI 전쟁터’이다.
40조원대의 자금은 글로벌 대형 AI 기업이나 유망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을 통째로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규모이다. 차세대 설비 투자와 원천 기술 확보에 투입되어야 할 핵심 자본이 일회성 보상 재원으로 과도하게 소진될 경우, 삼성전자가 초격차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400만 주주의 분노와 내부 ‘형평성’의 늪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400만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보다 7만여명의 반도체(DS, Device Solutions) 부문 직원들이 가져갈 성과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인 균열도 심각하다. 현재 노조 가입자의 약 80%가 DS 부문에 편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실적 기여도가 낮은 가전이나 스마트폰(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똑같은 삼성맨인데 박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노노(勞勞) 갈등이 조직의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을 저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 5월 총파업 예고… ‘부활의 불씨’ 꺼뜨리나
노조는 이번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5월 말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만약 실제로 파업이 단행될 경우 1969년 창사 이래 최초의 총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한 삼성전자가 내부 갈등이라는 암초에 걸려 부활의 동력을 잃게 될지, 아니면 노사가 극적인 합의점을 찾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전 세계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