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동통신 3사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1억원이 넘는 고액 보수를 받으면서도, 이사회 안건에는 거의 예외없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감시자라는 본연의 역할은 사라진 채, 경영진의 결정을 합리화해 주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 ‘찬성률 99.7%’의 위엄…반대는 단 4표뿐
3월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찬성률은 평균 99.7%에 달했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사외이사들은 단 한 건의 반대 의견도 없이 ‘찬성률 100%’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SK텔레콤 사외이사 5명은 지난해 처리된 47개 안건 전체에 찬성표를 던졌다. 출석률 100%에 반대는 0건이었다. LG유플러스 사외이사 4명 역시 28개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반대표가 나온 곳은 KT였다. 7명의 사외이사가 71건의 안건을 처리하며 총 497개의 표를 행사했는데, 이 중 반대표는 단 4개에 그쳤다. 이마저도 사업 전략이나 인사 관련이 아닌 지난해 6월과 11월에 있었던 ‘이사회 규정 개정’ 안건에 국한됐다. 김용헌, 이승훈, 안영균 이사 등이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구체적인 개정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아 실질적인 견제력이 작용했는지는 미지수다.
■ 1인당 평균 1억2천만원…‘억대 보수’가 침묵의 대가?
사외이사들의 이러한 ‘조건 없는 찬성’ 배경에는 회사 측이 지급하는 고액의 보수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통신 3사 사외이사들의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2,128만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SK텔레콤이 평균 1억 5,272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김용학, 김석동 이사 등 6명의 사외이사는 일반 직장인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보수를 받았다. 이어 KT가 1억 1,300만원, LG유플러스가 9,600만원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사외이사의 보수가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보수 결정 권한은 물론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재선임 여부까지 사실상 회사 측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눈밖에 날 경우 재선임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소신 있는 비판이나 반대 의견을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 통신 3사 사외이사 보수 및 이사회 찬성률 현황 >
| 구분 | 사외이사 수 | 1인당 평균 보수 | 이사회 안건 수 | 찬성률 | 비고 |
| SK텔레콤 | 5명 | 1억5,272만원 | 47건 | 100% | 반대 0건, 출석률 100% |
| KT | 7명 | 1억1,300만원 | 71건 | 99.1% | 반대 4건 (규제 개정 관련) |
| LG유플러스 | 4명 | 9,600만원 | 28건 | 100% | 반대 0건 |
| 3사 평균 | - | 1억2,128만원 | - | 99.7% | 실질적 견제 장치 미흡 |
■ "독립성 없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방패일 뿐"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을 막고 투명한 경영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통신 3사의 사례에서 보듯, 이사회는 경영진이 가져온 안건을 통과시키는 ‘통로’로 변질됐다.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이라고는 하지만, 안건 분석보다는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성과 경영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며 “현실에서는 선임부터 보수까지 회사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기보다는 그들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 "거수기 오명 벗으려면 투명성 강화 시급"
통신 3사는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공적 성격이 강한 기업들이다. 그만큼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은 기업 가치뿐 아니라 공공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고액 연봉을 받는 ‘명예직’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진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감시자’ 본연의 모습이 필요하다.
이사회 회의록의 상세 공개,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의 독립성 강화, 보수 체계의 객관적 기준 마련 등 구조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통신사 사외이사들은 ‘연봉 1.2억 거수기’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떼기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