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노사 갈등 국면에 진입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 쟁의권을 코앞에 둔 노조가 ‘5월 총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특히 이번 노조 연합체 규모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72%에 달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깜깜이 성과급’이 당긴 방쇄...“상한선 없애라” vs “박탈감 우려”
지난 3월3일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이후, 삼성전자 3개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즉각 쟁의 절차에 돌입했다.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보다 ‘성과급(OPI, Overall Performance Incentive, 연간 경영성과 기반 성과급) 제도’에 있다.
노조는 현재의 성과급 산정 기준이 투명하지 않은 ‘깜깜이 구조’라고 비판하며 성과급 상한선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상한선을 폐지할 경우 사업부 간 보상 격차가 극심해져 조직 내 중화권 전반의 박탈감이 커질 수 있고, 미래 투자 재원 확보에도 무리가 간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특별 포상’이라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임시방편”이라며 거부했다.
■ ‘9만명’의 위력...2년 전과는 차원이 다른 ‘메가 노조’
업계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노조의 ‘몸집’ 때문이다. 2024년 8월 첫 파업 당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은 약 2만9천명으로 전체 직원의 24%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초기업노조를 포함한 3개 노조 합산 인원은 약 9만명으로, 전체 직원(12만5천명)의 72%에 육박한다.
재적 조합원 과반인 4만5천명만 찬성해도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노조 내부에서는 "이번에는 다르다", "압도적 가결이 예상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는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영 시계는 멈춰 설 수도 있다.
■ SK하이닉스·일론 머스크...외부 자극이 키운 ‘상대적 박탈감’
노조의 결속력이 이토록 강해진 배경에는 경쟁사와의 ‘보상 격차’가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예고한 반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체감도를 보이자 내부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한국 반도체 인력에 보낸 ‘러브콜’은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치는 내부 보상 체계에 대한 반감을 부각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만드는데, 보상은 왜 세계 최고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HBM4 대격전기, ‘K-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비상
가장 큰 우려는 파업의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4(6세대)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멈춤 없이 돌아가야 하는 장치 산업이다. 단 며칠간의 파업만으로도 수천억 원의 손실은 물론, 고객사와의 납기 약속이 깨지며 글로벌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2년전 파업 당시에는 대체 인력 투입으로 큰 고비를 넘겼으나, 이번처럼 70% 이상의 인력이 움직일 경우 대응 시나리오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조는 4월 평택사업장 총집회를 거쳐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장기 총파업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초격차 삼성’의 명운이 걸린 HBM4 양산 시점과 노조의 파업 일정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가장 위험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