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이준오 기자 | 서울 지역 다세대·빌라 월세가격지수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가격지수는 일정 시점을 기준(기준 100)으로 삼아 그 이후 주택 월세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또는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기준시점보다 월세가 오른 것이고 100 미만이면 내린 것을 의미한다. 전세사기 여파와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다세대·빌라 공급까지 위축되면서, 서민 주거를 떠받쳐온 '저렴한 월세 주거지' 기능도 약해지고 있다.
12월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다세대·빌라 월세가격지수는 102.19로 전월 대비 0.42포인트 상승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같은 기간 권역별 지수는 동남권 102.56, 도심권 102.64, 서북권 102.31, 서남권 102.25, 동북권 101.69 등 전 권역이 기준선 100을 웃돌았다.
서울 다세대·빌라 평균 월세는 63만 6,000원으로, 월세 거주 비중이 높은 서민·청년층의 체감 부담이 크게 커진 상태다. 특히 서울 동남권 평균 월세는 90만 1,000원으로 100만 원선에 다가섰고 도심권 역시 80만 4,000원으로 80만 원대를 넘어섰다.
가격뿐 아니라 수급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초 99.8이었던 월세수급동향 지수는 2월 이후 줄곧 100을 넘겨 10월 103.9까지 상승했다. 월세수급동향 지수는 주택 월세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 상태를 지수(0~200)로 나타낸 통계 지표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월세 수요 우위’ 시장으로 월세 상승 압력이 큰 상태를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월세 공급 우위’ 시장으로 임차인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가격지수와 수급지수가 동시에 오르면서 월세 수요가 공급을 분명히 앞서는 구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다세대·빌라 등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10월 기준 올해 누적 서울 비아파트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 7,877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 3만 13가구보다 7.2% 줄었다. 착공 실적도 2만 6,068가구로 1년 전 2만 8,485가구 대비 8.5% 감소했다. 다세대·빌라는 1~2년 뒤 실제 입주 가능한 월세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만큼 인허가·착공 감소는 향후 임대 물량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출·세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의 추가 매입과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된 점도 다세대·빌라 시장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 억제를 통해 투기를 막는 긍정적 효과는 있지만 임대용 매입 수요와 소규모 임대사업 신규 진입까지 동시에 줄면서 월세 공급 기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월세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가운데 연립·다세대 인허가·착공 둔화로 입주 가능한 물량까지 줄어들면 서민층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매매·전세 시장 규제가 강화될수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전세 이탈 수요가 월세로 몰리는 흐름이 강해진다. 이 구조가 지속되면 '월세난'이 장기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