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증시가 단기 랠리 이후 3,900선 문턱에서 상승세를 멈추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장 초반 신고점을 경신하며 3,900선 돌파를 시도했으나,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 피로감과 환율 급등세가 맞물리며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10월2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5포인트(0.24%) 오른 3,823.8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3,851.01로 출발해 장중 3,893.06까지 고점을 높였지만, 3,900선에서 매물 부담이 확인되며 상승분을 되돌렸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3,400선을 출발해 3,800선을 단숨에 돌파하며 불과 3주 만에 13% 넘게 급등했다. AI 투자 열풍이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감으로 이어지며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레벨 부담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 삼성전자·하이닉스 ‘쌍두마차’ 고점 부담… 외국인, 매수에서 매도로 전환
이날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장중 9만9,900원(+1.83%)까지 오르며 ‘10만전자’ 달성을 눈앞에 뒀고, SK하이닉스는 장중 50만2,000원(+3.40%)으로 신고점을 경신했다. 하지만 지수가 3,900선 저항에 부딪히자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되며 양 종목 모두 상승분을 반납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외국인 수급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6원 오른 1,427.8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외국인은 3,000억 원 넘게 순매수했으나,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자 순매도로 전환했다.
엔화 약세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 선출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엔화가 급락, 이에 따라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는 원화 약세로 이어지며 외국인 자금의 매도 압력을 키웠다.
■ "반도체 랠리 피로감 불가피"… 조선·자동차 업종 ‘키맞추기 상승’
단기간 과열된 반도체주의 부담도 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이후 코스피가 200~300포인트 이상 급등했고, 반도체 업종은 두 달 사이 40% 넘게 오른 만큼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조선·자동차 등 비(非)반도체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부각되며 일종의 ‘키맞추기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HD현대중공업(+9.96%), 한화오션(+6.16%), 삼성중공업(+4.87%) 등 조선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으며, 현대차(+3.43%), 기아(+1.14%)도 동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AI 랠리 이후의 자금 재배치가 진행 중”이라며 “코스피는 단기 조정 구간에서 업종별 순환매 흐름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랠리 속도 조절 불가피… 환율 안정 여부가 다음 방향 가를 것”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단기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레벨 부담 해소와 환율 안정 여부가 향후 추세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AI 반도체 랠리의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급등 피로감과 외환 불안이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3,800선 지지 여부와 환율 흐름이 4,000선 재도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