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카카오와 하이브 간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제기한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법원이 “주가 조작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카카오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판결로 2년 8개월간 이어진 ‘카카오 SM 인수전 논란’은 일단락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창업자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그리고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게는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던 시점에 카카오가 장내 매수에 나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시세조종’으로 볼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카카오의 매수 주문은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시키거나 조작할 의도보다는 물량 확보 목적이 강했다”며 “매수 방식, 주문 시간대, 거래 패턴 등을 종합할 때 통상적인 시세조종 행위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개매수 종료 이후에도 SM엔터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더 상승해 16만 원대까지 오른 점을 들어, 시장 자체의 기대감이 가격을 견인한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즉, “시장 변동이 자연스러운 수급 결과이지 인위적 조작이 아니다”는 판단이다.
이번 재판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검찰 핵심 증인의 진술 신빙성을 재판부가 부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은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 속에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술 내용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피의자 본인의 형사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동기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구속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수사과정에서의 과도한 압박을 비판했다. 법원은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시키려는 목적 실현에 적합한 행위가 아니다”**며 검찰 논리를 전면 부정했다.
카카오는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그룹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은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투명한 지배구조와 시장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며 “기업으로서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 대기업의 인수·합병(M&A) 경쟁과 자본시장 규율 간 경계선을 새로 그은 사례로 평가된다. 법조계에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대규모 매수를 시세조종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전례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