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CJ그룹의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부당지원 행위를 넘어, 대기업의 ‘금융 편법’ 구조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0월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광현 국세청장은 “탈루 혐의가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사하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지원으로 판단한 CJ그룹의 TRS 계약을 세무상 문제로 확대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TRS를 활용한 계열사 자금지원 구조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와 CJ CGV는 파생상품의 일종인 TRS 계약을 통해 계열사인 CJ건설과 시뮬라인을 지원했다. TRS는 본래 위험 회피(hedging)나 수익 교환을 위한 금융기법이지만, 그룹 내부의 자금 순환 통로로 악용될 경우 ‘내부 보증’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오기형 의원은 “일반 보증이 없었다면 금리가 약 6% 수준이어야 하는데, TRS 계약으로 3%대 금리 혜택을 받았다”며 “그 차액이 사실상 지원금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구조를 ‘특정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경제상 이익 제공’으로 판단해 지난 7월 시정명령과 함께 총 65억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금융·세무 규제망이 분절적으로 작동하는 현 구조에서는, 공정위 제재 이후에도 실제 세무상 제재나 회계 투명성 확보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한국 대기업의 자금지원 메커니즘이 여전히 ‘순환보증·우회투자’식 금융공학에 기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본다. 한 회계 전문가는 "TRS는 겉으로는 시장 거래지만, 내부 계열 지원 효과를 숨기는 장치로 활용될 소지가 크다"며 "향후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대기업들의 파생상품 운용 행태가 전면 재점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CJ그룹 한 건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집단의 금융자율성 뒤에 숨어 있는 ‘회계적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TRS’라는 복잡한 금융기법이 투명경영을 가릴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이는 제도 위반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용어 설명
·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와프) 계약 = 기초자산(주식·채권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을 거래 당사자 간에 교환하는 파생상품 계약이다. 즉, 한쪽(TRS 매입자)은 자산을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도 그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이자·배당·평가이익 등)을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금액을 상대방(TRS 매도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 거래는 ‘자산 소유 없이 수익을 이전하는 구조’로, 투자자가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수익률을 확보하거나, 반대로 보유자는 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해 활용한다. 기업 간 거래에서는 이러한 TRS가 계열사 자금조달이나 부채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내부 지원’ 혹은 ‘편법적 보증’의 성격을 띠게 돼 공정거래법이나 세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