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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8 (금)

65세 은퇴 꿈꿨지만 실제는 56세…9년 앞당겨진 퇴직 쇼크

노후 준비 시작은 48세 '뒷북'…조기 퇴직 대비 턱없이 부족
은퇴 후 거주지 1순위는 ‘의료’…10명 중 9명 연금 의존 심화

33%만 "노후생활자금으로 주택연금 활용할 의향"

 

경제타임스 전영진 기자 |  대한민국 국민이 그리는 은퇴 후 삶과 냉혹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은퇴 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생활비’와 실제 손에 쥐게 될 ‘조달 가능 금액’ 사이에 매월 120만원이라는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급격한 고령화와 고물가 속에서 노후 경제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 적정 생활비 350만 원... 하지만 현실은 ‘최소’에도 못 미쳐

 

9월2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한국 사회의 노후 준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5세부터 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이 여유 있는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는 평균 월 350만원으로 집계됐다.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최소 생활비’는 월 248만원이었다.

 

그러나 응답자들이 현재의 자산 상태와 저축 여력을 바탕으로 산출한 실제 조달 가능 금액은 평균 월 230만원에 그쳤다. 이는 스스로 정한 최소 생활비(248만원)보다도 18만원이 적은 금액이며, 적정 생활비(350만원)와 비교하면 약 65.7%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국민이 은퇴 후 매달 120만 원의 적자를 떠안거나, 원치 않는 수준으로 삶의 질을 낮춰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최소·적정 생활비가 2년 전보다 각각 3만 원, 19만 원 감소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노후에 대한 기대치 자체를 스스로 낮추고 있는 ‘불황형 노후 설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 "65세에 쉬고 싶지만 56세에 밀려난다"... 9년의 괴리

 

노후 준비가 부실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은퇴 시점의 불확실성이다. 미은퇴자들은 평균 65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했지만, 이미 은퇴를 경험한 이들의 실제 퇴직 나이는 평균 56세로 나타났다. 희망과 현실 사이에 무려 9년이라는 거대한 공백이 존재하는 것이다.

 

준비 시작 시점도 늦다. 경제적인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평균 나이는 48세로 조사됐다. 실제 퇴직 연령인 56세와 비교하면 준비 기간이 고작 8년에 불과하다. 30년 이상의 노후 생활을 단 8년 만에 준비해야 하는 촉박한 구조가 '노후 빈곤'의 단초가 되고 있다.

 

■ 국민연금 의존도 89%... ‘주택연금’은 여전히 찬반 팽팽

 

노후 자금 조달 계획(복수 응답)에서는 국민연금(88.6%)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이었다. 이어 금융소득(50.2%), 개인연금(47.8%), 근로소득(47.5%)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고갈론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공적 연금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보유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받는 '주택연금'에 대해서는 인식이 극명하게 갈렸다. 긍정적이거나 이용 중인 응답자가 33.3%였지만, ‘활용 의사 없음’(33.0%)과 ‘생각해 본 적 없음’(33.6%)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는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으면서도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상속 의식과 주거 안정에 대한 보수적 경향이 여전히 강함을 시사한다.

 

■ 노후 거주지 1순위는 ‘의료’... “잘 사는 것보다 안 아픈 것”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거주지 요건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미은퇴자들은 노후 거주지의 첫 번째 조건으로 의료시설(복수 응답)을 꼽았다. 이어 교통 편의성, 공원 등 자연환경 순이었다. 이는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어디서 즐겁게 보낼까'보다 '어디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까'가 노후 설계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개인 차원의 노후 준비를 넘어,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조기 퇴직자를 위한 재취업 지원 등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준비되지 않은 9년 이른 은퇴와 월 120만 원의 자금 격차를 메우지 못한다면, 고령사회 대한민국은 ‘장수(長壽)의 축복’ 대신 ‘노후의 재앙’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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