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증시의 숙원이었던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새해 초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온 코스피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을 잇달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이제 국회로 향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처리에 다시 속도가 붙으면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향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 연초 이후 14.87% 급등…멈추지않는 '新기록 행진'
코스피는 지난 16일 前 거래일 대비 43.19포인트(0.90%) 상승한 4,840.74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말 종가인 4,214.17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무려 14.87%나 폭등한 수치다.
상승세의 가파른 각도는 시장을 압도한다. 지난 5일 4400선을 넘어서더니 불과 하루 만에 4500선 고지를 밟았다. 이번 주에만 4600과 4700이라는 두 개의 산을 연달아 넘어서며 이제는 5000포인트 고지까지 단 160포인트만을 남겨둔 상태다.
시장의 외형 또한 비약적으로 커졌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40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3000조원 시대를 연 지 불과 3개월 만에 1000조원이 불어난 셈이다.
이러한 유동성 랠리와 강력한 심리적 개선 뒤에는 정책적 동력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다음 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3차 상법 개정안' 심사는 이번 상승장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 '자사주 의무 소각' 카드… 밸류에이션의 판을 바꾼다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내에 이를 처분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경영상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주주 동의를 얻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보유만 하고 소각하지 않는' 관행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지점에 주목한다. 그동안 한국 증시는 이익이 늘어나도 증자나 자사주 방치 등으로 인해 전체 주식 수가 계속 증가하며 주당순이익(EPS) 성장이 정체되는 문제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연평균 10.5% 성장했지만, 주식 수 역시 연평균 2%씩 늘어나면서 EPS 성장률이 순이익 증가 속도를 하회하는 주식 희석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자사주 소각 규모는 23조 원으로 전년(10조 원) 대비 2.3배 급증했고, 그 결과 코스피 합계 주식 수는 전년 대비 0.6% 감소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 코스피 5000은 시작일 뿐…"눈높이는 5400까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자사주 소각이 제도화될 경우,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주식 수가 연평균 1%씩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이는 분모(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분자(이익)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효과를 낳아, 코스피 전체의 리레이팅(재평가)으로 이어진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목표치 상단을 앞다투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수 5400선까지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자사주가 더 이상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아닌 주주 가치 제고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강력한 수급 유입이 지수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3차 상법 개정안은 단순히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고질병을 고치고 우리 증시를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시킬 촉매제"라며 "5,000포인트 돌파는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며, 법안의 구체적인 처리 방향에 따라 상승 탄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