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건강을 위해 선택한 장거리 달리기가 오히려 대장 건강에는 '독(纛)'이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한의 지구력 운동이 대장 선종 발생률을 일반인의 3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마라톤 마니아들 사이에서 '대장내시경 선제 검사'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 "일반인보다 3배 높다"…마라톤 선수 15%에서 진행성 선종(腺腫) 발견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발표된 버지니아주 이노바 샤르 암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35~50세 사이의 숙련된 러너 100명을 조사한 결과 15%에서 진행성 선종(AA)이 발견됐다.
이는 동일 연령대 일반인의 유병률(4.5~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대장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알래스카 원주민(12%)보다도 높은 결과가 나오면서 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진행성 선종은 방치할 경우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암의 씨앗'으로 불린다.
■ 범인은 '장 허혈'과 '초(超)가공식품'…러너의 장이 위험한 이유
연구팀은 왜 건강한 운동선수들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두 가지 핵심 원인을 지목했다.
첫째는 '장 허혈(혈류 부족)'이다. 장거리 주행 시 혈류가 다리 근육으로 집중되면서 내장으로 가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장 세포의 회전율이 불규칙해지고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식단'이다. 러너들이 에너지를 내기 위해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초가공 에너지바, 젤리, 그리고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가 대장 점막에 지속적인 자극과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달리기 후 항문 출혈, 단순 치질로 넘기지 마라"
가장 위험한 징후는 운동 후 발생하는 '직장 출혈'이다. 조사 대상자의 30%가 운동 후 출혈을 경험했는데, 이 중 선종이 발견된 환자의 출혈 빈도는 53%에 달했다.
많은 러너들이 장거리 달리기 후의 출혈을 '운동 강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나 '치질'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구를 주도한 캐넌 박사는 "달리기 후 대장염 증상을 절대 양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40세 이전이라도 출혈 증상이 있다면 즉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학계 일부에서는 이번 연구가 소규모라는 점을 지적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마라톤 인구가 급증하는 한국 사회에서도 '운동선수의 대장 건강 관리'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