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 연고점 부근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 기대와 달리 환율 하락 폭이 제한되는 데는 단순한 금리 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이 1400원대에 장기간 머물고, 경우에 따라 1500원대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금리 인하 기대 확산에도 환율 하락 제한…“금리보다 수급이 문제”
12월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前 거래일보다 1.9원 내린 1466.9원에 마감했다. 12월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80%를 웃돌며 달러화 약세 요인이 부각되고 있지만, 환율은 여전히 1460~1470원대의 높은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환율 흐름을 ‘수급 기반 고환율 구조’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국내 주요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개인·기관의 해외주식 매수 증가 등으로 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제한되면서 환율이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원화는 달러 인덱스와의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는 금리나 경기 흐름이 아니라 대미투자·해외자산 선호 등 구조적 수급 요인이 환율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 환율 1400원대 고착 전망…1500원 진입도 현실적 변수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이 1400원대에 장기간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 국내 투자자의 해외자산 매수 등 구조적 흐름이 지속되면서 달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관 전망도 고환율 기조에 무게가 실린다. NH선물은 내년 환율 상단을 1540원으로 제시했고, 신한은행은 내년 4분기 1510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견조함, 연말 결제 수요 등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 요인이 잔존해 환율 하락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중기적으로는 연준의 유동성 정책 완화, 글로벌 성장률 격차 축소 등이 맞물릴 경우 달러 약세 전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 엔화 반등 가능성 ‘핵심 리스크’…BOJ 정상화 시 환율 압력 확대
원·달러 환율의 또 다른 변수는 일본은행(BOJ)의 정책 변화다. 최근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며 환율 상단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BOJ가 금리 정상화를 가속할 경우 흐름은 단숨에 전환될 수 있다.
BOJ의 정상화가 현실화될 경우 “엔화 강세 → 달러 약세 →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라는 연쇄 효과가 나타나, 연준의 금리 인하와 함께 외환시장 방향성을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는 “2025년 외환시장의 핵심 분기점은 연준보다 BOJ 정책 전환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엔화 역전 흐름이 나올 경우 원·달러 환율도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고환율 국면 2026년까지 지속 가능성…국내 자산 매력 하락도 부담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해외투자 확대, 국내 자산의 매력 저하, 해외 펀드플로 유출 등 복합적 요인이 달러 수급을 경직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차보다 성장·주식시장 흐름이 환율을 결정하는 국면으로 들어섰다”며 “달러 자산 선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만큼 원화 하단이 높아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개인·기관의 해외투자 확대, 국내 주식·채권의 매력 약화 등으로 고환율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