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12월4일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출근길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하철 시위를 예고한 데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준법운행까지 겹치면서 도심 열차 운행이 사실상 이중으로 지연됐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광화문역에서 제6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해 9호선 국회의사당역까지 이동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1호선 남영역에서도 별도 시위가 이어지며 시민 불편이 확대될 것이 예고됐다. 전날에도 1호선 용산역에서 이동권 시위를 벌였고, 지난달 18일에는 광화문·길음역 두 곳을 동시에 점거해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는 혼란이 재발한 바 있다.
■ 전장연의 요구는 정당한가…하지만 방식은 계속 논란
전장연의 시위 목적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활동지원 예산 확대다. 장애인콜택시 확대, 지하철 리프트·경사형 휠체어 도입, 탈시설 정책 추진 등 정부가 오랫동안 외면해온 문제들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특정 열차 출입문에 집결하거나 문 사이에 머무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탓에, 열차 출발이 지연되고 다른 시민 수천 명의 출근길이 마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12월4일처럼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서 다수 시민에게 과도한 불편과 안전 위험을 초래했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 시민 여론은 점점 악화…“목적엔 공감, 방식엔 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왜 매번 시민을 볼모로 잡느냐”, “이동권을 주장하는 방식이 시민 이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온라인 여론 역시 “권리는 중요하지만 방법은 바뀌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장애인 단체의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공공교통을 마비시키는 방식에 대한 반감은 지난 2년간 누적돼 왔다.
특히 평일 출퇴근 시간대는 대다수 시민 생계와 직결되는 시간대라는 점에서 '소수의 권익 보장을 위해 다수의 공익을 희생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다시 제기된다.
■ 교통공사 노조 준법운행까지 겹쳐 ‘이중 악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준법운행이다. 1~8호선을 운영하는 1·2노조는 이미 1일부터 정차 시간을 규정상 최대치인 30초로 엄격히 유지하고 있으며, 규정에 없는 추가 업무는 전면 거부하고 있다.
임금·구조조정·신규채용 등 핵심 쟁점을 두고 교섭이 난항을 겪어, 12일 총파업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준법운행이 이어지면 배차 간격 확대와 연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 출근길 혼란은 반복될 가능성 높아
전장연은 향후에도 이동권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통공사 노조 역시 파업 예고를 유지 중이다. 정부의 예산·정책 반영 속도가 더디고, 시위 방식의 조율도 지지부진한 탓에 단기간 내 갈등 완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분간은 시민이 감내해야 할 불편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출근길 대중교통 지연은 시민 불편을 넘어, 사회적 비용 증가·근로 생산성 하락·노동시간 지연 등의 형태로 국가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편,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학생'을 넓게 잡으면 약 120만~130만명, 서울시·KT 통신데이터를 활용한 2024년 분석에서는 직장인은 약 70만명대 수준으로 보는 게 통상적이다. 즉, 경기도 거주자 중 경기도 내로 출근하는 이가 358만명(81%), 서울로 출근하는 인구는 약 76만명(17%)으로 추정된다.
수도권 전체에서 타 시도로 통근·통학하는 인구 중, 서울로 이동하는 인구 143만6천명 가운데 125만6천명이 경기도에서 이동하는 사람이라는 분석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