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고은정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벨기에 부동산 펀드'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450건이 넘는 자율배상을 결정했다. 전체 판매 건수의 24%에 해당하는 대규모 배상 결정으로, 금융투자업계의 고위험 상품 판매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1월13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에 접수된 벨기에펀드 관련 민원 883건 중 458건이 불완전판매로 확인돼 배상이 확정됐다. 이는 전체 판매 1,897건의 24.1%에 달하는 규모다. 민원이 제기된 339억 원 중 60억 7천만 원이 자율배상 금액으로 정해졌다.
해당 펀드는 2019년 6월 설정된 고위험 대체투자 상품으로, 벨기에 정부 기관이 사용하는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한 뒤 5년 후 매각 차익을 얻는 구조였다. 그러나 금리 급등과 유럽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며 자산 가치가 급락했고, 결국 펀드 전액 손실이 확정되며 투자자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임차권 가격 산정이 까다롭고 현지 부동산 시장 정보가 제한적인 해외 대체투자 상품의 특성상, 투자자들이 구조적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기본 배상률을 30~60%로 설정하고, 금융 취약계층 여부나 투자 경험 등에 따라 최대 8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배상 결정 사례의 절반 이상이 30~40%대에 집중돼 있어, 투자자 피해 수준에 비해 배상률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국민은행 역시 40~80% 범위에서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접수된 별도의 분쟁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한국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을 대상으로 총 372건의 분쟁 민원이 금감원에 접수됐으며, 이 중 90건은 자율배상 기준에 따라 합의됐고, 166건은 자율조정이 실패해 금감원이 직접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3개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한 데 이어, 내부통제 위반이 확인될 경우 이미 종결된 건을 포함해 배상 기준을 전면 재조정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사태는 해외 부동산·임차권 등 고위험 펀드 구조의 불투명성과 금융사의 판매 관행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또 하나의 소비자 피해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 DLF·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이어, 핵심 쟁점은 금융회사가 복잡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혹은 '정부 기관 임차권'이라는 안전성만 강조해 판매했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고위험 펀드 상품의 설계·출시 단계부터 감독을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일으키는 금융회사에는 징벌적 제재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인영 의원은 “불완전판매로 확인된 건에는 책임에 걸맞은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회사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