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올해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급락세로 돌아섰다.
비트코인은 현재 9만4,922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10월 초 기록한 12만6,000달러 대비 약 25% 떨어졌다. 연초 이후 누적 상승률이 35%에 달했으나 이번 조정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이번 하락은 △미국 기술주 급락 △비트코인 시장 유동성 축소 △비트코인 최대 보유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매도설 등 세 가지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술주 급락 직격탄… ETF에서 8억6천만 달러 유출
최근 뉴욕증시에서 대형 기술주가 동반 하락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세가 번졌다. 비트코인 역시 대표적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만큼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인글라스에 따르면 기술주가 크게 흔들린 지난 13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하루 만에 8억6,67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지난 8월 초 이후 최대 규모 순유출을 기록했다.
X펀드의 데이비드 니콜라스 CEO는 “비트코인은 언제나 위험자산의 선행지표였다”며 “최근 주식시장의 고평가 우려가 비트코인 하락의 완벽한 조건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XS닷컴의 안토니오 어네스토 디 지아코모 수석 분석가도 “기술주 전반의 매도세가 위험선호 심리를 약화시키면서 비트코인 하락의 주요 촉매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 시장 깊이 30% 증발… 얇아진 유동성에 변동성 확대
유동성 감소 역시 하락폭을 키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가상화폐 분석업체 카이코(KaiKo)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장 깊이는 10월 초 7억6,600만달러에서 지난주 5억3,520만달러로 줄었다. 약 한 달 사이 유동성이 30% 가까이 위축된 셈이다.
시장 깊이가 얇아진다는 것은 소규모 매수·매도만으로도 가격 변동이 크게 확대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번 조정장에서 매도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이를 버퍼링할 매수세가 부족해 하락이 더 빠르게 진행됐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 마이클 세일러 매도설 확산… 스트래티지 프리미엄 붕괴도 악재
비트코인 강세론자이자 비트코인 최대 보유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보유량 감소설도 시장 심리를 위축시켰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아크햄 인텔리전스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이 이달 초 48만4,000개 → 최근 43만7,000개로 줄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를 근거로 “세일러 회장이 일부를 매도했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공포 심리가 커졌다.
여기에 더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순자산가치(NAV) 프리미엄이 사상 처음 1배 이하로 떨어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시장이 더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에 프리미엄을 얹어주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보유량이 64만1,692개라고 밝히고 있어, 추정치와 공식 발표가 크게 엇갈리는 점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세일러 회장은 최근 X(구 트위터)에 ‘HOLD(보유)’ 삽화를 올리고 CNBC 인터뷰에서도 “변동성은 당연하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오히려 비트코인 매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불안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단기 조정 아닌 구조적 압력”… 기술·유동성·심리 3요인 겹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트코인 하락을 단순한 차익실현이 아닌, △주식시장 리스크오프 전환 △시장 유동성 약화 △기관 매도설 확산 이라는 거시·구조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향후 반등 여부는 △기술주 흐름 △ETF 자금 유입 변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프리미엄 회복 여부 가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