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여야 모두 디지털자산 관련 특위를 구성하고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은 여전히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입법을 예고하며 추진 의지를 드러냈지만,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의 10월20일 국정감사 현장은 스테이블코인 논쟁으로 뜨거웠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관련 법안을 2025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된 모양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총 7건으로, 모두 비은행 업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 금융위 “연내 입법 가능”… 발행인 인가제·상환권 보장 등 제도 설계 착수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입법 논의에 착수하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입법에는 △발행인 인가제 도입 △준비자산 운용규제 △이용자 상환권 보장 △해외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정비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일 국감에서 “관계부처와 막바지 조율 단계에 있다”며 “연내 입법안 제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은 법대로 추진하되 시행령과 세부 규정을 병행해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며, 제도 설계 초기 단계에서의 안전장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역시 대체로 제도화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다만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주조차익(통화 발행 이익) 감소, 통화정책 유효성 저하, 지급결제시스템 신뢰 훼손, 금융안정 저해, 외환규제 회피 등 다섯 가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며 ‘속도보다 안전’을 주문했다.
■ 한은 “통화정책 실효성 훼손 우려”…“원화 스테이블코인 성급한 허용 위험”
한편 같은 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거듭 확인했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의 실효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의견이 강력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에 대해 “자본 자유화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도입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테이블코인 규모가 커질 경우 한국은행의 통화통제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은행 중심의 점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미국의 ‘지니어스 법(Genius Act)’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처럼 재무부·연준·FDIC가 참여하는 합의제 위원회를 통해 통화·금융 양 축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즉,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 이슈로 보기보다 통화체계·거시경제 구조와 연동된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는 논리다.
■ 제도화 ‘카운트다운’…금융-통화당국 조율이 관건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결제수단이자, 향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경쟁 또는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제도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금융당국의 혁신 기조와 통화당국의 안정 기조가 충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시장의 제도화를 통한 투명성 확보를, 한은은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금융안정을 우선시한다. 법안이 연내 제출된다 하더라도 시행령·감독체계·통화기능 조정 등 후속 과제는 결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