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던 빗썸이 유례없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달 초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빗썸의 시장 점유율이 21%대까지 밀려나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때 35%를 상회하며 1위 업비트를 맹추격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중소형 거래소들의 거센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월23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16일 35.2%에서 일주일 만에 22.5%로 수직 낙하했다. 특히 21일에는 21.1%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이달 초 발생한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 사태'의 여진이 예상보다 깊고 길게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 '62만원'이 '62만개'로...신뢰 무너뜨린 한 끗 차이
사건의 발단은 단순한 운영 실수였다. 빗썸은 리워드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각각 62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려 했으나, 담당자의 실수로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오고 간 셈이다. 비록 즉각적인 회수 조치가 이뤄졌으나, 투자자들은 "내 자산도 한순간의 실수로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대거 이탈을 시작했다.
빗썸은 급히 '일주일간 수수료 무료'라는 당근책을 제시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이벤트 마지막 날인 16일 점유율은 35%를 넘기며 반등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무료'라는 마법이 풀린 17일부터 고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등을 돌렸다.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점유율 변동 현황 > (단위: %, 코인게코 데이터 기준)
| 구분 | 오지급 사태 전 | 사태 직후 (급락) | 무료 수수료 기간 (고점) | 현재 (2월 23일) |
| 빗썸 (Bithumb) | 30.0% | 23.0% | 35.2% | 21.1% |
| 기타 (업비트 등) | 70.0% | 77.0% | 64.8% | 78.9% |
■ 금융당국 칼날 아래 '수수료 무료' 재등판도 불투명
빗썸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를 엄중하게 보고 당초 13일까지였던 검사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며 고강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빗썸은 과거 2018년부터 2024년까지 5대 거래소 중 가장 많은 전산 장애(41건)를 기록한 전력이 있어, 당국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전산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빗썸이 다시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내 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마케팅보다는 내부 통제와 시스템 안정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미래에셋·바이낸스...거물들의 습격에 좁아지는 입지
외부 환경도 빗썸에 우호적이지 않다. 경쟁사들은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위 업비트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혈맹을 통해 플랫폼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4위 코빗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이라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었다. 5위 고팍스 역시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인프라를 흡수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빗썸이 주춤한 사이 코인원과 코빗이 그 하락분을 잠식하며 '2위 빗썸'의 위상을 흔드는 모양새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의 점유율 변동이 '하락장 속 착시'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전체 거래량이 줄어든 하락장에서는 해외 송금 목적의 환전이나 스테이블 코인 이벤트에 따라 중소형 거래소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높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양자암호·다중결재 도입... 빗썸의 '보안 배수진' 통할까
벼랑 끝에 선 빗썸은 '보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거래소 최초로 '양자내성암호' 기반 보안 체계를 도입하고, 자산 지급 시 회사와 고객 자산을 상호 검증하는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1인 결재 시스템을 탈피해, 2단계 이상의 다중 결재 프로세스를 의무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사활을 걸었다.
빗썸의 앞날은 이번 보안 혁신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되느냐에 달렸다. 이벤트성 대응이 아닌, "사고 없는 안전한 거래소"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빗썸의 2위 자리는 사상 초유의 '배달 사고'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