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번 새 이정표를 세웠다. 10월 20일 오전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800선을 돌파하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상승장을 견인해온 SK하이닉스가 다시 불을 붙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 등 방산주가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 코스피 3,802.53…개인·기관 ‘맞불 매수’에 재반등 성공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3% 오른 3,802.53을 기록했다. 개장 직후 상승세를 보였던 지수는 장초반 3,728선까지 밀리며 조정을 받았으나, 개인과 기관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장중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개인 투자자와 기관이 이를 받아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 역시 1.7% 상승한 875.21로 9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AI 반도체·방산 테마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 일부 이탈하더라도 내수·정책 수혜 기대감이 국내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SK하이닉스, 장중 3% 급등…‘10조 클럽’ 가입 초읽기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가 이날 장중 3% 넘게 오르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성장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다시 자극한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매출 24조6,673억 원, 영업이익 11조3,434억 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넘긴 국내 유일 기업 삼성전자에 이어 ‘10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 서버용 HBM3E 공급이 확대되면서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다”며 “메모리 업황 반등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 ‘방산 듀오’ 급등
한화그룹 계열 방산주도 이날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7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중 4% 이상 올랐고, 한화오션은 6% 가까운 급등세를 기록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유럽 지역 방산 세일즈를 위해 대통령 특사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김 부회장은 폴란드를 방문해 3천톤급 신형 잠수함 3척 수주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한화의 글로벌 방산 수주 확대가 그룹 전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최근 함정·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한국형 방산 수출’의 핵심축으로 부상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미·중 긴장 완화 기대감…글로벌 증시 위험선호 회복
지수를 지탱한 또 하나의 요인은 미·중 관계 개선 기대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주 내 회담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는 괜찮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시키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되살렸다.
미국 뉴욕증시도 전날 동반 상승했다. S&P500지수는 0.53%, 나스닥지수는 0.52%, 다우지수는 0.52% 각각 올랐다. 이에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이어지며 ‘3,800 돌파’라는 상징적 심리선을 넘어서는 랠리가 펼쳐졌다.
■ "3,800선 돌파는 신호탄…AI·방산 중심의 주도주 장세 본격화"
전문가들은 이날 3,800선 돌파를 단기 과열이 아닌 ‘신경제 주도 업종 중심의 구조적 랠리’로 해석하고 있다. AI 반도체, 방산, 2차전지 등 글로벌 수요 기반이 확실한 산업군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AI 메모리와 방산 수출은 한국 증시의 새 성장 축으로 자리잡았다”며 “3,800선은 단순한 기술적 돌파가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코스피 체질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