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전혁 칼럼니스트 | 2025년 2월, 환율이 1,470원을 찍었을 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 재산 7%가 날아갔다”고 비판했다. 그것은 윤석열 정권의 경제실정을 들추기 위한 효과적인 정치적 수사였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천번 변동하는 시장변수를 정치에 이용한 가벼웠던 언어는 1년 뒤, '로베스피에르의 기요틴'이 되어 되돌아왔다.
시장의 변동성을 정책 비판의 도구가 아니라 정쟁의 몽둥이로 휘둘렀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26년 4월 현재, 환율은 1530원이라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과거 '이재명 대표'가 설정한 실패의 기준선 1,470원은 이제 이 정부 스스로를 겨누는 냉혹한 총부리가 되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 선 이후의 경제정책들은 정책이라기보다 정치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옥쇄 전략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환율은 본래 무역수지, 금리 격차, 대외 리스크 등 복합적인 경제 변수의 산물이다. 그러나 환율이 정치적 변수로 소비되면서, 시장의 논리는 사라지고 ‘1,470원’이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이 환율정책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에 책임을 돌리려 하지만, 주요 43개국 중 원화 가치 하락 폭이 이집트·남아공 수준으로 세계 4위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러한 ‘정치적 환율’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한 달 만에 4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외환을 소진하고 보유액 순위가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현실은, 시장과 싸우려 한 권력이 치러야 할 대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2,160만 국민의 노후의 보루인 국민연금까지 환율 방어 수단으로 동원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연금이 외화채권을 발행해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자산 운용이 아니라, 정부의 환율 관리 실패를 덮기 위한 임시방편에 가깝다. 연간 수조 원의 이자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면서까지 수치를 방어하려는 발상은, 가격 통제에 집착하다 경제 질서를 무너뜨렸던 역사적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시장을 억지로 통제하려는 권력은 결국 그 대가를 피할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집값만큼은 자신 있다며 수십 차례 대책을 쏟아냈던 문재인 정부의 경험이 이미 이를 보여주었다. 시장 가격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는 순간, 정책은 방향을 잃는다. 1,53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수준의 불안을 야기한 현재의 고환율은 이러한 왜곡의 결과다. 나랏빚 6,500조 원 시대에 연금 부담까지 더해 국가 신용을 위협하는 상황은 미래 세대에 대한 중대한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말은 순간만을 위해 소비될 수 없다. 환율을 정치화했던 과거의 언어는 이제 대한민국 경제를 압박하는 현실로 되돌아왔다. 국민의 노후까지 정책 실험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오만함과 그로 인한 결과를 우리는 분명히 기록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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