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업이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수요 위축과 선복량(선박 공급) 과잉이 겹치며 내년에도 침체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호황기 축적한 자본력과 해운 동맹 효과를 기반으로 업황 ‘보릿고개’를 견딜 만한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월2일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을 대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4년 7월 3,733.8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 21일 기준 1,393.56까지 떨어졌다. 1년 4개월 만에 63% 급락한 수치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교역량이 위축된 가운데 해운사들의 공격적인 선대 확장이 운임 하락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글로벌 선사들은 공급 과잉 우려에도 컨테이너선 발주를 줄이지 않고 있다. IM증권은 2026년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2.4%에 그치는 반면, 선복량 증가율은 4.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충격이 없다면 SCFI는 1,000~1,500선에서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업황 둔화는 HMM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HMM은 지난해 7월 2만6,250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내림세로 돌아서 최근 1만9,980원에 마감했다.
■ “HMM은 업황보다 체력” 재무 안정성 업계 최고 수준
HMM은 글로벌 해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재무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부채비율이 556%에 달했던 HMM은 호황기 수익을 기반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해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 25.49%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총 차입금은 4조7,761억 원으로, 자산 31조9,816억 원 대비 **차입금 의존도는 14.9%**에 불과하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9,124억 원을 포함한 유동자산 규모는 15조282억 원으로, 유동부채 2조5,022억 원의 6배 수준이다. 업황 악화에도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대를 유지하며 현금 창출력도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다만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조9,177억 원으로 크게 악화했다. 이는 올해 단행한 2조1,433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이 유출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제고에는 긍정적이지만, 선단 확장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재무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HMM은 2030년까지 선종 다각화와 항로 확충을 위해 23조5,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운 상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대형 선사들은 IMO 환경 규제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물동량과 무관하게 선대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라며 “HMM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는 고강도 경쟁 환경에서 중요한 버팀목”이라고 평가했다.
■ 글로벌 해운 동맹 효과 뚜렷…매출 안정화 기여
HMM의 경쟁력 중 하나는 글로벌 해운 동맹 가입 효과다. 글로벌 해운 시장은 MSC를 제외하고 머스크–하팍로이드의 ‘제미니 코퍼레이션’, CMA-CGM–COSCO의 ‘오션 얼라이언스’, 그리고 HMM·ONE·양밍이 속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3축으로 재편됐다.
지난 3분기 기준 HMM 매출의 14.5%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과의 공동운항·선복 교환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HMM은 올해 2월부터 MSC와 유럽 항로에서 4년간 선복 교환 협력을 시작하며 기항지 확대 및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동맹 및 MSC와의 협력을 통해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매출 기반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침체는 불가피…그러나 HMM은 버틸 준비 끝”
전문가들은 글로벌 해운경기가 중장기 침체 흐름에 들어섰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선복량 과잉과 물동량 둔화가 맞물린 구조적 불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HMM은 부채비율 25% 수준의 탄탄한 재무 안정성, 6배 차이를 보이는 유동성 여력, 동맹 기반 안정 매출 호황기에 축적한 수조 원대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업황 둔화를 방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해운업 전반이 냉각되는 가운데 HMM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선단 확충과 재무 건전성 사이 균형을 잡을지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