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가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모태펀드 예산 삭감 논의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예산의 안정적 편성을 촉구했다. 협회는 모태펀드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핵심 기반으로 기능해 온 만큼,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신산업 투자 수요에 대응하려면 오히려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VC협회는 11월18일 입장문을 통해 “모태펀드는 2005년 조성 이후 벤처투자 시장을 연평균 10% 이상 성장시키며 민간 투자 활성화를 견인해 왔다”며 “예산 조정소위 심사를 앞두고 삭감 의견이 제기된 것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2005년 8000억원에서 2024년 6조6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협회는 특히 모태펀드가 재창업, 여성, 초기, 지역 분야 등 민간 참여가 부진한 영역에 선도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시장 기반을 넓혀 온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직접 기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상위 펀드(Fund of Funds)’ 구조라는 점에서 정책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또한 VC협회는 AI를 비롯한 전략산업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모태펀드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AI는 반도체·데이터·제조·서비스 전반으로 확산되는 국가 핵심 분야로, 초기·성장 단계 딥테크 기업에는 대규모·장기 자본이 필수적”이라며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이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현재, 공적 모펀드가 시장 신뢰를 제공해 민간 자금 유입을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모태펀드 출자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지적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모태펀드의 출자는 통상 4배 이상의 민간 레버리지 효과를 유발하며, 모태펀드가 앵커 LP로 참여할 경우 연기금·금융권·기업 등 민간 출자자 참여가 활발해져 총투자 규모가 크게 확대된다. 반대로 출자 규모가 축소되면 레버리지 기반이 약해져 민간 자금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협회의 판단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자펀드 투자 여력이 남아 있어 내년 출자 규모가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VC협회는 “VC의 드라이파우더는 단순 현금 보유가 아니라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완충재”라며 “금리·환율 등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모태펀드가 투자심리를 지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년도 출자예산을 연차별 투자율에 따라 나누어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예산 불확실성이 커지면 민간 출자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펀드 결성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수 있다”며 “결국 벤처투자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모태펀드와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출자자의 신뢰를 잃을 경우 이후에는 예산 확충을 하더라도 펀드가 조성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VC협회는 “혁신 벤처·스타트업을 키우는 모험자본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안정적 예산 편성과 충분한 투자 대기자금 확보가 필수”라고 밝혔다.
김학균 VC협회 회장은 “모태펀드 예산 축소는 단기적으로는 재정 절감처럼 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투자 감소·신산업 성장 둔화·국가경쟁력 약화라는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며 “AI를 포함한 전략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내년 예산은 최소한 정부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