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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화)

한국은행 "스테이블코인은 혁신 아닌 신뢰의 문제"

디페깅·코인런·소비자보호 공백 등 7대 리스크 제시
"빅테크 결제망 결합 땐 사실상 '내로우뱅킹' 허용"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한국은행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혁신성은 인정하면서도, ‘신뢰 없는 혁신’이 초래할 리스크를 강도 높게 경고했다.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이 발행하는 화폐는 기술로만 작동할 수 없으며, ‘신뢰’가 무너지면 화폐도 무너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은이 10월 27일 발간한 141쪽 분량의 보고서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은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정책 백서다. 보고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기술보다 신뢰가 먼저 설계돼야 한다”며 △디페깅(Depegging) △디지털 뱅크런 △소비자보호 공백 △금산분리 훼손 △자본유출 △통화정책 약화 △금융중개 축소 등 7가지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 "1코인은 1원이어야 한다"…역사로 본 '신뢰 붕괴의 결과'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이 1원이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 약속이 깨지는 순간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설명하며 19세기 미국의 자유은행제(Free Banking Era) 와 조선 고종 시기의 당백전(當百錢) 사례를 들었다.

 

"자유은행제는 주정부 인가를 받은 민간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화폐를 발행했으나, 신뢰부족으로 각 화폐의 가치가 제각각이 돼 금융 혼란을 초래했다. 당백전은 액면가 100배의 화폐를 강제로 유통시켰지만, 실물가치가 뒷받침되지 않아 물가폭등과 통화 붕괴를 불렀다."

 

한은은 이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신뢰가 없으면 화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뱅크런’과 소비자 보호 공백…“클릭 한 번이 위기 촉발”

 

보고서는 디페깅과 대규모 환매(코인런) 이 초래할 금융 불안을 가장 우려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T(테더)나 USDC(서클)조차 시장 불안 시 1달러 가치가 무너졌던 사례를 들며,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의 제도권 밖에서 화폐의 단일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인런(Coin Run) 은 은행 뱅크런보다 훨씬 빠르다고 경고했다.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당시 써클의 USDC는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의 18%가 환매 요청으로 빠져나갔다. 한은은 “클릭 한 번으로 대규모 환매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충격은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전통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로 개입할 수도 없다. 한은은 “국가가 보증하지 않은 사적 계약의 붕괴는 결국 국민 피해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 금산분리 훼손·자본유출 리스크…“빅테크 내로우뱅킹 우려”

 

IT·유통 대기업 등 비은행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사실상 ‘내로우뱅킹(Narrow Banking)’ 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은은 “플랫폼 기업이 결제망과 코인을 결합하면, 내부 생태계 독점력 강화와 금산분리 원칙 위반 우려가 커진다”고 밝혔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이전이 손쉽다. 개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개인지갑으로 옮겨 달러 코인으로 교환하고 해외로 송금하면, 외환 규제를 우회한 자본유출 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블록체인 특유의 익명성으로 인해 자금세탁·불법 송금이 용이하며, 2024년 기준 전 세계 불법 가상자산 거래의 63%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 통화정책·금융중개 약화…“신뢰 기반 무너질 땐 경제 전체 흔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매입할 경우, 단기금리가 하락하고 코인런 시 자산 매각으로 금리가 급등해 통화정책의 전달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은행 예금 이탈과 대출여력 축소로 이어져, 금융중개 기능이 탈중앙화 금융(DeFi)로 이동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은은 “이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키고, 실물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기술보다 신뢰 설계가 먼저”…한은의 대안, ‘예금토큰’

 

한은은 비은행이 아닌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 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은행은 자본규제와 외환규제를 준수하며 한국은행 결제망 안에서 작동하므로, 금융안정과 통화정책의 조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한은은 ‘예금토큰(Deposit Token)’ 상용화를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토큰화한 형태로,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장점을 살리면서도 ‘공공 신뢰’ 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혁신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자는 이야기”라며 “예금토큰과 은행 주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병존할 때 민간 혁신과 공공 신뢰의 조화가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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