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오히려 더 커졌다.
한국은행이 10월28일 발표한 ‘2025년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심리지수(CSI)는 122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21년 10월(125) 이후 약 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기대심리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증가 폭이 10포인트에 달해, 2022년 4월 이후 3년 반 만의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 ‘6·27 대책’ 이후 꺾였다가 반등…3개월 연속 상승세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 6월 정부의 ‘6·27 대책’ 직후 120에서 109로 급락했으나, 8월(111)부터 반등세로 전환했다. 이후 9월(112), 10월(122)로 상승 폭을 키우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장기평균치(107)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정책효과보다 심리적 기대가 시장을 더 강하게 이끌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10월 조사기간(14~21일)이 정부의 ‘10·15 대책’ 직후였음에도 응답자의 75%가 정책 발표 이전에 응답을 완료한 점에서, 대책 효과가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집값 기대심리가 6월 이전 수준으로 다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심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 체감은 둔화…CCSI 2개월 연속 하락
주택가격 기대와 달리 경기 인식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8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하며 두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한·미 무역협상 장기화, 미·중 무역갈등 재부각 등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세부 항목 중 향후경기전망CSI는 94로 3포인트 떨어졌고, 현재가계저축CSI는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소득 증가로 1포인트 상승한 98을 기록했다.
금리수준전망CSI는 95로 전월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환율 불안과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 인플레이션 기대도 재상승…‘2.6%’로 반등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하락세에서 한 달 만에 반등했다. 3년 및 5년 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모두 2.6%로 0.1%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오름세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정책 신호’보다 ‘시장 심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주택대출 한도 축소, 세제 조정, 공급 확대 등을 내세운 ‘수요 안정’ 기조를 강화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되레 “집값은 결국 오른다”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대심리가 실제 시장 거래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정책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심리가 이미 과열 국면에 진입한 만큼, 정부가 추가적인 신호 조정과 세부 정책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